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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에서 시작된 삶

(7) 나는 엄마가 되었다.

by Jeong Mar 24. 2025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달리던 나는 운명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다. 내가 꿈꿨던 커리어우먼보다 멋지고 더 값지고 소중한 엄마가 되는 일 택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꿈과 목표가 달라졌다.

커리어우먼에서 슈퍼우먼으로.

(슈퍼우먼 : 집안일과 직장일을 모두 잘하는 여자)




아기는 우리가 보고싶었는지 출산 예정일보다 2주가량 더 일찍 세상 어났다.


하필 남편이 출장으로 타지역에 가야했던 날,

오전 일찍 남편은 바쁘게 나갔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집 청소를 하고 출산 준비물이 가득 담긴 캐리어를 한번 더 체크하고 정리를 다.

앉았다 일어나니 아랫배가 살짝 묵직해진 느낌이었지만 예정일이 조금 남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에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다이소를 갈 생각에 씻으려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보며 양치를 하고있는데 갑자기 다리 사이로 따뜻한 액체가 흘렀다. " 이게 뭐지..? "

이게 양수인가 헷갈려하는 찰나에 처음보다 많은 양의 액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양수가 터졌다는 걸 확신했고 바로 빠르게 씻고 병원 갈 준비를 했다.


임신 중에 남편이 항상 임산부가 알면 유익할 정보들과 영상들을 공유해주고 같이 공부하면서 익히고그래서 혼자 있을 때 양수가 터졌지만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병원에 신분증과 아기수첩만 들고 간 나는 가자마자 양수가 터진 거 같다 하니 가족 분만실로 향했고 누워서 배 태동검사를 시작으로 여러가지 검사를 했다. 리곤 선생님께서 양수가 터진 게 맞다고 바로 입원해서 아기 낳을 준비를 해야한다고 하셨다. 로 입원해서 낳지 않으면 산모도 아이도 둘 다 위급해질 수 있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혼자 덤덤한 척, 씩씩한 척 다 했지만 사실은 조금 무서웠다. 상황이 너무 급작스럽고 남편도 타지에 있던 터라 혼자 있을 때 아기가 나오면 어쩌지? 탯줄은 누가 잘라주지? 집에 있는 내 캐리어는 누가 가져와주지?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걱정이 많아지고 모든 상황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졌다.


병원 측에서 남편에게 연락을 했고 남편은 소식을 듣고 곧바로 나에게 연락해 걱정 말라며 다독여주고  남은 일정을 뒤로하고 나에게 날아오겠다며 안심시켜 주었다. 남편은 타 지역에서 빠르게 와서 곧장 집에 들러 출산 준비물이 가득 담긴 캐리어를 들고 헐레벌떡 분만실로 들어왔다.


나는 남편을 보자마자 안도의 짧은 한숨과 함께 걱정 가득했던 얼굴이 미소로 가득해졌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너무 반가웠고 든든한 마음에 마음이 놓였다.


리고 남편은 오자마자 내 상태를 살폈다. 아픈 곳 없는지, 괜찮은지 손 잡아주며 계속 옆에 있을 테니 걱정 말라며 또 한번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렇게 나는 용기를 갖고 분만 준비에 들어갔다.

병원에 도착했던 시각은 오후 3시경.

나는 연분만을 원했고 양수가 터져서 촉진제와 무통주사를 맞으며 진통을 겪었다.

그렇게 시간은 3시간..6시간..9시간이 지났고 중간중간 선생님께서 내진검사를 하셨다.

10센이상은 열려야 아기 머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6-7센정도밖에 안 열려서 더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너무 시간이 지체되면 아이와 산모 둘 다 힘들다고 무통주사를 빼고 에 힘을 더 줘보자고 하셨다. 통주사가 들어가면 아무래도 감각이 조금 둔해지다 보니 힘이 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무통주사를 뺐고 나는 그때부터 쌩진통을 겪어야 했다.


난생처음 겪는 고통.

정말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렇게 또 5시간이 지났다..

자연분만을 고집했던 나는 고통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고 을 썼다. 그치만 내 뜻과는 다르게 자궁문도 더 이상 열리지 않았고 배와 허리, 척추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편을 붙잡고 선생님 좀 얼른 불러달라고 나 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사전에 자연분만이 안될 위급상황 시 왕절개를 하겠다는 동의서를 작성해 두었다.

그 덕에 나는 곧바로 수술대 위로 올랐고 척추에 마취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몸에 모든 힘이 풀리고 정신도 희미해진 상태였지만 척추로 들어오는 차가운 마취약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숨을 헐떡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마취가 되는 과정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온몸을 비틀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아서 너무 괴로웠다.

그리고 눈이 감겼고 수술 준비하는 목소리와 수술 도구들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내 팔을 잡고 있는 사람의 손 느낌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잠에 들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고 힘찬 아기 울음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정신이 깨어졌고 눈을 살포시 떴다. 선생님이 나를 부르며 아이 얼굴을 보라고 하셨다. 막 태어난 내 아이는 너무나도 작고 귀여웠다. 내가 아이 태명을 부르니 목소리를 알아듣는 듯 잠시 울음을 멈추고 내 소리를 듣는 듯했다. 그러고 나는 다시 기절한 거 같다.


그렇게 나는 자연분만 하겠다고 14시간 진통을 겪고 결국 제왕절개를 하였다.

눈을 떠보니 나는 병원 입원실 침대였고 몸은 움직여지지가 않아 눈동자를 굴려보니 남편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아이를 낳았고 엄마가 되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옆에서 내 손과 발이 되어준 남편너무 고맙고 감동이었다.

아마 이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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