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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의원을 9년째.

 잘 되는 내과 되는 법을 후배들에게 알려준다면. 

by 미친 에너지 Feb 19. 2025

한 곳에서 내과 의원을 연지 9년차다.


오늘 어떤 20대 초반 여자분이 오셨는데 


나는 "어..어..??" 하고 말았다. 

고등학교 내내 머리가 아파요, 허리가 아파요, 목이 아파요 하면서 

조퇴하고 병원확인서를 그렇게 자주 받으러 오던 아이가 서울로 대학을 간 후 

20킬로를 빼서 온 것이다.


나도 모르게 '20킬로나 뺄 살이 있었어?' 라고 했다. 

그 통통하던 아이가  너무 여리여리해져서 신기했다.


한 곳에서 1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다 보니 

한 사람의 좋았던 시절, 힘들었던 시절을 모두 보게 된다.


고통스러워서 잠도 못 자던 어떤 사람이 어느 순간 용기내어 자기 인생을 사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반대로 그런데로 잘 살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되어 오기도 했다.


한 곳에서 내과의원 9년차.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법칙 하나.


내 앞에서 울고 괴로워하는 환자들의 모습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

그들의 그 모든 상태는 일시적이다.

지금 아무리 참담해 보여도 어떤 계기로 바뀌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나는 더 느낀다. 


그래서 내가 현재 그들보다 나은 상태라는 어줍잖은 잣대로 그들을 바꾸고자 애쓰지 않는다.

그들이 바뀌어질 때가 되면 바뀐다. 다만 나는 그들이 좋게 바뀔 것만을 믿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응원한다. 진심어린 응원은 좋은 에너지를 그 사람에게 보태주는 것이다.

그 에너지는 반드시 그 사람이 좋게 바뀌는데 쓰여진다.


그들을 바꾸고자 할수록 나의 내면에서는 그들을 좋지 않은 상태를 느끼고 곱씹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에너지 상태(그들에 대한 안 좋은 느낌과 감정) 속에 그들을 가두는 것이다.

그것은 응원이 아니다. 

안 좋은 그 모습 그대로에  그들이 있도록  에너지를 쏟는 것이다. 


오늘 내게 몇년 만에 찾아온 이 아이. 

다이어트를 떠나서 너무 밝아져 있다.

이 아이는 고등학교 1-2학년 내내 일주일에 한번은 매일 아프다고 조퇴했었다.


몇년 전 나는 그 아이에게 조퇴하지 말고, 학교는 꼭 마치고 와야한다고 내내 잔소리 했었다.

아이는 듣지 않았다. 

점점 진료실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하는 날이 많아졌다. 엉엉 운 날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불면증이 있던 이 아이에게 어떤 사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닫힌 아이에게 내 마음 편하자고 훈계하는 것은 더이상 불필요한 일이었다.


잔소리를 하는 동안 내가 느끼는 불성실한 이 아이의 모습은 외부 상황으로 나오는 것이다.

항상 내면의 모습이 외면으로 나오는 것이 법칙이다.


나는 어느 날부터인가 이 아이에게 성실 근면함에 대한 얘기는 그만했다.

그저 칭찬할 거리가 있으면 칭찬했고, 마음이든 몸이든 아픈 데 있으면 어루만져 주기만 했다. 

차라리 그것이 서로의 에너지 (감정) 가 더 좋았다.


아이는 언젠가부터 노래인가 미술인가를 하기 시작했고, 조퇴가 줄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노래였던 것 같다.


지금 이 아이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다고 한다.

집에 왔다가 잠시 목감기가 걸려서왔다고 한다. 


자신의 아팠던 시절을 같이 보냈던 내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이 아이도 좋았을까. 

아파서 왔고 진짜 오늘은 아픈 게 맞는데 ...

진찰이 끝나자 선생님 잘 지내셨죠 하면서 활짝 웃는데 내가 울뻔 했다.


이 맛에 진료한다.


나는 진료 하면서 환자들이 병원을 안 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항생제 자주 먹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이 터져라 문자를 그렇게 보낸다. 

(그 환자에 맞게 영양제를 주로 추천한다)

아픈 사람이 있어야 병원이 되지만 나는 그것을 언제부턴가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건강하게만 만들자는게 목적이다. 


이 사람이 이렇게 골골하면서 아파도... 자기 자신이 종합병원이라 믿지만..

적어도 나는 이 사람에게도 건강해진 상태가 나타날 수 있음을

내가 먼저 느낀다.

그리고 당신들에게 있는 건강함을 깨워주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다. 


옆길로 샜는데 어쨌든 사람들의 모습은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좋은 모습이 될 수 있는지를 많이 진심으로 느껴줄수록 나는 그 사람이 변할수 있도록 필요한 

에너지를 있는 힘껏 주는 것이다. 적어도 비난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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