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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오니바이드 항암에 감사하며

4기 암환자의 슬기로운 치병 생활

by 암슬생 Mar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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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오니바이드 8번째 항암날이다.

격주로 항암을 하는데 '24년 11월 30일 1회 차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항암을 잘해왔다.


그동안 두 번의 중간평가도 무사히 잘 넘겼고, 오늘이 8번째 날이다.


주위분들은 흔히,


"항암을 언제까지 하는 거예요?"라고 가장 많이 질문을 한다.


만자씨도 처음에 의사 선생님께 그렇게 물었었다.


"음... 전이된 암 환자는 항암을 평생 한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평생? 1년도 아니고 5년도 아니고 평생?

그때의 그 좌절감이란..


전이암 환자는 통상 4기 암 환자로 불리는데 언제 항암을 중단할지 판단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검사 결과가 좋으면 그 항암제를 끊는다는 게 쉽지가 않다. 계속 가는 것이다.


결과가 나쁘면 다른 항암제로 바꿔야 하니 또 항암을 중단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수치가 안정적일 때 한번 중단을 해볼 수는 있는 것인데 그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도 상태가 좋으면 중단을 해 볼 수는 있다.


암 환자가 항암을 계속하는 것도 행운이란 얘기가 있다.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만자씨도 항암 횟수가 거듭될수록 몸이 지쳐가지만 항암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생각해 보면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게 4기 암 환자의 운명이다. 암을 잘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는 그런 의미다.


암튼 오늘도 어김없이 채혈을 했고 채혈 결과에 따라 항암 가능 여부가 가려질 테다. 별일 없이 항암이 잘 진행되길 기도해 본다.


오늘은 4년여간 주치의 역할을 하셨던 선생님이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시는 날이다.


그동안 다른 선생님께서 잘 케어해 주셨지만 그래도 왠지 의붓자식 같은 느낌이었는데 네무 반갑다. 자세한 상담도 가능하고..


병원 오는 도중에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마셨는데 봄 공기였다. 흠씬 마셨다.


만자씨 가족에게도 포근한 봄이 오길 기도해 본다.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입원 전)


(입원 후)

채혈 검사 결과 염증수치(CRP)가 꽤 높았는데 감기로 인한 것으로 보고 항암은 하는 것으로 했다. 어렵게 시간 내서 왔는데 다행이다.


예전 주치의 선생님을 뵈니 이산가족 상봉 못지않게 반갑고 기뻤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치료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갔다.


"ㅇㅇㅇ 님 잘 지내셨어요? 그동안 간 절제 수술도 하시고 힘드셨겠네요."


"네, 수술이 제법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이후 아직까지 별 탈이 없으니 감사하죠 뭐"


선생님도 출산 과정에 꽤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환자가 되어보니 환자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며 옅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렇게 8번째 항암이 시작되었고,

나는 또  즐거운 마음으로 수호천사가 싸준 꽁나물밥을 싹싹 비웠다. 또 건강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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