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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1

by 산바람


한겨울 초순, 나는 합천으로 가고 있었다.

집을 나선지 5시간, 나는 여행자.

집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길 위의 사람은 집이 없다.

사람 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고요한 겨울 낮

강바람 들바람은 오늘 낮잠 모임이 있나보다.

봄날처럼 푸근함으로 이방인을 맞아준다.

도시의 번거로움도 시끄러움은 발밑으로 꺼지고

하루 종일도 앉아 있을 수 있는 이 곳.

시골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끌려 나올 핑계가 열 손가락이 넘을 테지만...

이때 이곳에 마주한 모든 것들이 내게 묻는다.

너, 쉼 없이 어디로 가느냐고.

그렇게 달려가면 어디에 닿을 수 있느냐고.

어제 그곳이었으니 오늘은 이곳이고 또 내일은 저곳이어야 하느냐고.

그래서 바라는 대로 잘 가고 있느냐고.

열심히 일하면 제대로 사는 거냐고.

어떻게 해야 삶을 바르게 살 수 있느냐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강둑 아래 지붕이 있든, 대문이 없든 무엇이 문제랴.

아침이면 마당에 퍼진 햇살 맞이하고

봄이 되면 소리 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바라보며

밤이면 푸르른 별빛 머리에 이고 잠들리.

날마다 부지런히 일하고 온 마음과 온 몸으로 이 삶을 살아가리.

사는 일에 너무 애쓰지 말고,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 웃고, 가까운 이웃들과 정 나누며 살리.

깊이 숨을 마신다.

나를 마중 나온 차가 왔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잠시 마음에 들여놓고 살던 집과도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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