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만 5천원

나의 첫 글로소득

by HB

‘축하합니다. ‘**여성가족플라자 **SEE 2기에 합격하셨습니다.’


휴대폰 화면에 뜬 이 짧은 문장을 보고 나는 잠시 멍해졌다. 기쁨보다 덜컥 겁부터 났다. ‘내가 정말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얼굴은 화끈거리고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작년 이맘때였다. 우연히 ‘여성가족플라자 홍보 블로거 모집’ 공고를 보았다. 그 앞에서 나는 한참 망설였다. 컴퓨터 사용도 익숙하지 않은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무턱대고 지원했다. 지원 동기는 단순했다. 컴퓨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익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지원서 하나 쓰는 것도 공부의 연장이라 여겼을 뿐, 내게 이런 기회가 오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세울 만한 경력이 전혀 없는 나이기에 ‘설마 내가 되겠어?’하는 마음으로 합격에 대한 기대조차 접어두었다. 지원서를 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지낼 만큼,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합격통보를 받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창피당하기 전에 못 하게 됐다고 할까. 아니면 사실대로 거의 컴맹이라고 커밍아웃이라도 할까. 오리엔테이션 당일아침까지도 나는 고민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마음은 갈팡질팡했지만, 결국 ‘슬쩍 분위기라도 보고 결정하자’는 심정으로 집을 나섰다. 그것이 인생을 바꿀 8개월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강의실 문을 열고 조심스레 들어갔다. 이미 몇몇은 자리에 앉아 서로 친숙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활기찬 분위기 속에 섞이지 못하는 내 모습이 왜 그리 작게 느껴지던지…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필수록 가슴이 쫄깃해지다 못해 머릿속까지 아득해졌다. ‘다들 대단한 전문가들은 아닐까. 나 같은 컴맹이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걸까.’하는 생각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멍하니 서 있는 내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선생님은 첫 번째 콘텐츠로 무엇을 하시겠어요?”


그 순간, 내 안의 무모한 자존심이 고개를 들었다.


“네, 제가 기획안을 써서 15일까지 제출하겠습니다.”


어쩌다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으며 뒤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 당장 다가올 난감함보다 ‘할 줄 모른다’는 핑계 뒤로 숨어버릴 내 모습이 더 견디기 힘들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역 센터 블로거로 첫발을 내디뎠다. 초반 몇 달은 그야말로 ‘사투’였다. 남들에게는 숨 쉬듯 당연하고 사소한 일들이, 나에게는 매번 거대한 장벽이 되어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만큼 사소한 기능들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장벽을 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고군분투했다. 컴퓨터라는 낯선 세계와 친해지기 위해 보낸 그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은 나만의 전쟁이었다.




한 달에 한 편, 콘텐츠를 올리면서, 나는 만 원짜리 상품권 세 장을 받았다. 그것을 고스란히 상품권 봉투에 모은 지 8개월, 정체 모를 5천 원권 한 장까지 더해져 어느덧 24만 5천 원이 쌓였다. 매달 세 장씩 봉투를 채우는 재미가 꽤나 신선했다. 내게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니었다. 이 숫자는 ‘나도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지난 나의 시간의 기록이자 자신감의 증거였다. 상품권이 한 장 한 장 쌓여갈수록, 내 안의 막막함은 자신감으로 채워졌다.


결국 작년,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그 도전은 나를 세상으로 이끈 씨앗이 되었다. 나는 이제 콘텐츠라는 세상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히 맞서며,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려 한다. 단순히 홍보 글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PPT를 만들고 강의를 하는 강사가 되기 위해 새로운 배움의 길을 택했다.


컴퓨터라는 장벽은 앞으로도 마주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는 지금, 설렘과 걱정이 뒤섞인 긴장감은 여전하지만, 그 떨림이 결국 나를 해내게 할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그렇게 또 한 발을 내딛는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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