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적으로 샴푸대로 이동하여 뒤로 눞는다. 샴푸가 끝나면 다시 의자로 와서 앉았다. 미용사가 드라이를 하고 커트결을 살펴 삐죽한 녀석이 보였는지 다시 커트보가 씌워지고 마지막 정리를 하고 나니"수고하셨습니다"하고 끝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미용료를 지불하려고 지갑에서 1만 원권과 5천 원권을 꺼내 들으니, "올해부터는 2만 원으로 올랐는데요"하고 말꼬리가 올라간다. "아 그래요"하고 멈칫하니 "오늘은 그대로 주시고 다음부터 그렇게 받을게요" 한다. 나는 속으로"그렇게나 많이, 이제 그만 와야 하나"하고 생각하며 미용실을 나왔다.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이면 33.3%가 오른 것인데, 몇 달 사이 물가가 그렇게 올랐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파마. 염색이라면 몰라도 남성 커트는 샴푸 빼고는 별로 들어갈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작년 5월 기준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성의 커트 평균가격은 지방이 1만 5000원, 서울은 1만 2000원 내외였다. 물론 현실에서 체감하는 비용 지불은 이보다는 훨씬 크다.
아무리 개인서비스요금은 업주가 받고 싶은 대로 받는 자율화된 요금이지만, 너무 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가격의 찜찜함이 미용실을 나오는 상큼함을 반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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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발소에서 미용실로 갈아탄 것은 20여 년 전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종종 함께 다니다가 내 머리를 깎으려니 쉽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미용실 가는 것이 여자화장실을 이용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무척이나 망설였고 용기가 필요했었다.
특히 목에 염색보를 두르고, 머리 감을 때 뒤로 눕는 것도 이발소와는 정반대여서 낯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심을 한 것은 이발소의 기다림이 싫어서였다. 예약이 드문 이발소의 특성상 기다림은 기본이고, 가위 중심의 조발에다 면도까지 해주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에 비해 면도 없는 미용실의 남성 커트는 서비스 시간이 20분 내외로 신속하다, 20여 년 전 왕성한 활동기에 미용실을 이용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이용실과 미용실의 명확한 구분은 면도를 해줄 수 있느냐 여부다. 이발사는 가능하고 미용사는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이발소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1740년 프랑스에서 이발사와 외과의사의 겸업이 금지되기까지는 중세 유럽사람들은 이를 뽑거나 종기의 고름을 뺄 때 등 신체에 칼을 대야 할 때 이발소를 찾았다. 이발소가 응급실이었던 셈이다. 빨강과 파랑은 동맥과 정맥, 흰색은 붕대를 의미한다. 이 삼색등을 긴급환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이발소 앞에 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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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기준 전국에 이발소는 1만 2000여 곳, 미용실은 11만여 곳에 달한다. 미용실이 10배쯤 많다. 우리나라 인구 1만 명당 미용실 수도 미국보다 10배 이상 더 많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동네마다 이발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외진 곳의 면소재지에도 없는 곳이 있다. 교통의 발달이 선택의 폭을 넓혀 경쟁에서 밀린 동네 이발소가 줄어들자, 남자아이들이 아빠손에서 엄마손으로 바뀌었고, 이들이 크면서 자연스럽게 미용실을 이용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중년은 드물지만, MZ세대의 머리 손질은 대부분 미용사의 몫이라고 보면 된다.
프리미엄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최근 2:8 가르마에 포마드를 발라주는 '포마드 컷' 짧게 머리는 자른 뒤 앞머리를 살짝 올려주는 '아이비리그 컷'이 유행하고 있다.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돈을 아끼지 않는 남성들)이 애용하는 이발소의 영어식 표현인 바버숍이 늘고 있다. 젊은 남성들의 이용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대도시 중심의 변화로, 중소도시와 중장년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듯, 이미용실도 남녀의 사용구분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바다에 사는 고기와 강에서 사는 고기가 다르고, 돌과 나무도 장소성 즉 공간의 점유성이 있다'는 데에도 끄덕여진다. 늘어나는 미용실과 줄어드는 이발소를 보며 남녀 서비스의 균형과 조화를 잠깐 생각해 본다.
이제 시간도 많으니 기다림에 익숙한 이발소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나? 귀밑머리도 서리발이 많아지고 머리숱도 예전 같지 않으니... 이제 미장원과 헤어질지 여부를 결심을 해야 한다. 이발소 벽면에 걸려 있던 '오늘도 무사히', 어미돼지 가족, 밀레의 만종이 아른거린다. 어찌해야 하나 머리카락은 점점 길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