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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S, 깊은 안개가 끼여있는 기분

by 시안 Mar 07. 2025

깊은 안개가 끼여있는 기분 

PMS(Premenstrual Syndrome)는 생리 전 증후군을 말한다. 여성이 생리 전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말한다. 보통 생리 1주일에서 10일 전부터 시작되어 생리가 시작하면 며칠 내로 사라진다. PMS 증상이 꽤나 있는 편이라면 PMS기간보다 차라리 생리를 시작하면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내가 그렇다. 도무지 이 정신적인 난동을 앞으로도 매달 반복할 생각을 하면 갑갑하다.  



초경을 시작할 무렵부터 20대 때까지는 생리 전 증후군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여성으로 살아오면서도 생리하는 기간 동안의 생리통, 불편함, 짜증과 우울감에 대한 얘기는 많이 했지만 생리 전 증후군에 대해서는 가까운 친구들과 이야기 나눠본 적이 거의 없다. 30대가 되고부터 좀 더 내 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내 몸을 돌보면서 나의 감정과 에너지가 생리주기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MS기간부터 생리가 시작할 때까지 정말 기분이 안 좋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기분이 안 좋은 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기분이 안 좋다. 식욕을 조절할 수 없고, 맵고 달고 기름진 음식들을 마구마구 먹고 싶다. 의욕이 없다. 이불을 둘둘 둘러매고 침대 속에서만 있고 싶다. 몸이 붓고 무거우며 통증을 느낀다. 이런 상황이 매달 반복되니 지친다. 의욕적으로 잘 살다가도 갑자기 때가 되면 '나 일 안 해.' 하고 내 몸이 난데없이 꼬장을 부리는 느낌이다.



생리를 반갑게 여기는 여성은 거의 없다. 물론 생리주기가 늦어졌을 때 생리가 시작되면 안도하거나 매도 먼저 맞자는 심산으로 그냥 빨리 하는 게 낫겠다 하며 기다릴지언정. 또 우리 가정과 사회가 여전히 생리를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 대부분이 생리를 하고 있음에도 아무도 생리를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개인의 신체증상을 남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모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들끼리 또 건강과 신체증상을 나눌 만큼 신뢰할 수 있는 가족, 친구끼리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었으면 한다. 그 이유는 당연히 생리는 여성 건강에 정말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리와 생리에 따른 나의 정신적 신체적 증상들을 잘 관리하면 훨씬 윤택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또 생리주기와 생리와 관련된 나의 정신 및 신체증상을 상세하게 적어두면 도움이 된다. 다양한 어플을 통해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이라고 해도 오랫동안 데이터가 쌓이면 희미하게나마 규칙성을 찾을 수 있다. 생리주기가 어느 정도 잡히면 그에 앞서 PMS기간도 예측할 수 있고 예를 들어 '유방통이 시작되고 7일 뒤에 생리가 시작하는구나.'와 같은 예상이 가능하다. 



그럼 그 시기에 체중이 좀 불고, 식욕이 늘고, 기분이 심연으로 떨어지는 나를 예상할 수 있으니 좀 받아들이기 수월해진다. 결코 반기지는 못하더라도 '또 이 시기가 왔구나. 한 달간 부지런히 살았다. 잘 쉬면서 나를 돌보는 한 주를 가져보자.' 이런 마음을 낼 수 있다. 되려 PMS시기의 내 몸의 예민한 반응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간 꾸역꾸역 참고 있었던 힘듦이 터져 나오는, 이성이 아닌 본능의 소리가 커지는 기간으로 여길 수 있다. 






여성 인권을 다루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레슬리 그라노의 책 [굿바이, PMS]는 재밌게 읽을 있는 가벼운 에세이다. 생리에 대한 다양한 여성들의 경험담을 공감하며 읽었다. 일러스트가 많아 한 시간 정도면 후루룩 읽을 있다.



책 [굿바이, PMS]

개인적으로 PMS는 내게 유리 감옥 같다. 세상은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지만, 유리 감옥 안에 있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게 일어나는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만,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관객처럼 느껴진다. P74



조금 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 아무거나 먹게 된다? 어쩔 수 없다. 계획을 세워뒀는데 피곤하다면, 계획을 취소한다. 그리 큰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은 바로 집안일이다. 물론, 당신은 분명 내게 비인간적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고통을 겪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P87



노력하고 자신감을 유지해야 한다. 당신의 몸은 이미 PMS를 여러 차례 거쳐 온 놀라운 몸이다. 물론 진절머리가 나고 스스로가 나약한 인간처럼 느껴졌겠으나, 매번 당신은 벗어났다.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극복해 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다. 이건 아주 잠깐 지속되는 주기의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 순간에는 매우 힘들겠지만 다 지나간다. 인생이든 무엇이든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P164



그게 PMS라는 걸 알게 된 것부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이성적인 사고도 가능했다. "괜찮아.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해. 지금 PMS가 온 거잖아. 지나갈 거야."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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