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카뮈 [이방인] 첫 내용
소설의 도입부는 꽤 유명하다. 저 문장을 읽는 순간의 반응은 '?'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에 살고 있던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가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주변에 의아함을 자아낼 만큼 무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뫼르소가 반사회적 인격장앤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문제를 빚지 않는 평범한 사회인이다. 그저 무심할 뿐인데 자기의 삶에 대해서도 무심한 사람이다. 자기 삶에 무심한 게 가능한가? 살아오면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나? 삶이 힘들어 포기하거나, 본능적인 욕구만을 쫓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자기 삶에 무심한 사람이 있나? 아무튼 뫼르소는 그런 사람이다.
그럭저럭 넘어가려는데 뫼르소는 급기야 레몽이라는 난봉꾼을 돕기에 이른다. 사람이 죽든 살든, 선한 일을 하든 악한 일을 하든 이 세상이 아무런 관계없이 그저 그렇게 있듯이, 뫼르소는 윤리적인 기준을 갖고 있지 않은 인물로 그려진다.
카뮈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조리'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남을 등쳐먹는 인간이 잘 먹고 잘살거나, 무고한 이가 어느 날 생명을 잃기도 하듯 세상은 합리적인 관점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 세상을 인간의 윤리로 이해하려고 할 때 부조리 감정이 발생한다.
왜 세상은 인과응보가 이루어지지 않지? 왜 죄 없는 어린아이가 목숨을 잃어야 하지?
>> 부조리 감정 발생
그런데 세상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의미가 없기에 우리 스스로 의미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세상에 의미가 있었다면 우리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맞추느라 자유를 잃고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다만 세상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관습에 몰입하여 사는 것보다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자기 창조를 실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게 카뮈의 관점이다.
그러니 사회의 기준에 억지로 자신을 맞출 필요도 없고
주류의 기준에 공감하지 못한다 하여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여길 필요가 없다.
왜냐면 반복하지만 세상엔 애초에 그런 기준이나 이상 같은 게 없고
정답은 인간이 만든 거지 세상의 정답이 아니다.
시대가 달라지면 기존의 정답들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리아인이 가장 우월하다.'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 등
아무 의미가 없는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인간이라면
나도 그 기준과 의미를 만들 수 있고
자신의 정답과 신념을 창조할 수 있다.
뫼르소는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성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비난받고 이에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느낀다. 모든 것에 무심하던 그는 마지막에 깨달음을 얻는데 자신의 무심함이 세계 그 자체의 속성, 무심함과 같았던 것이다. 온 세상 사람들이 비난해도 그는 세계의 속성 그대로일 뿐인 거다. 그는 지금껏 자신의 방식대로 만족하며 살아왔다. 심지어 감옥에서도 창밖 풍경을 보고 과거를 회상하며 나름대로 적응하며 지낼 수 있었다. 그는 이처럼 자신의 기준을 견지해도 된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카뮈는 이 소설에서 허무주의나 냉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 사제는 뫼르소에게 면회를 신청하고 거듭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을 강요한다. 이에 사제에게 광분해서 달려드는 모습만 봐도 카뮈는 [이방인]에서 냉소가 아닌 뜨끈뜨끈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이 의미가 없다고 해서 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없기에 자신만의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이방인]이라는 소설은 카뮈의 철학적 세계관중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부조리 > 반항 > 사랑의 흐름을 따르는데 [이방인]을 통해 세상에 의미가 없다는 '부조리'를, [페스트]를 통해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연대하고 싸우자는 '반항'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1960년, 46세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 단계는 완성하지 못한다.
카뮈의 [이방인]은 지적유희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짧은 고전이다. 카뮈는 1957년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중 최연소 급인 44세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실제로도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었다고 하는데 반세기 전 살다 간 전설의 핫가이 되시겠다. 만일 과거의 인물 중 한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카뮈와, 프랑스 남부 어느 한적한 카페에 앉아 끝도 없이 얘기 나누고 싶다.
※ 참고자료
유튜브 너진똑 NJT BOOK, 카뮈 [이방인] 완전판 (세계 최초)
유튜브 지혜의 빛 : 인문학의 숲, 알베르 카뮈 - 부조리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