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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시와 단상

by 조헌주 Feb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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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있고 또 내일이 있어

우리네 삶은 냉정하기만 한데

너의 오늘은 아무런 망설임이 없어서

저 뜨거운 불속으로 산화하는구나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순간의 소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너의 뜨거운 정열을 닮았던 나의 젊은 날도 있었으나

오늘은 내일을 걱정하고 내일은 또 그 내일을 걱정할 뿐

나에게 오히려 오늘은 없다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삶을 살았던 영웅들도

너의 정열을 본받아 아직까지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있어

너는 하루살이가 아니었음을

태양은 또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인생을 100년쯤으로 보고 오늘을 팔아 내일을 사려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은퇴하면 하려고 마음먹은 버킷리스트 또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사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오늘을 이렇게 살았겠는가.

내일만 있고 오늘은 없는 세상.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공자는 오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고, 불교 경전에서는 깨닫고 산 이의 하루가 모르고 산 이의 백 년보다 낫다고 했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우리는 하루살이의 정열로, 순수한 동심으로, 자신의 감각대로, 자신의 신념대로, 용기 있는 행동으로, 위선 없는 마음으로, 생동감 있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고인이 된 유영모 선생과 함석헌 선생은 나이를 해年로 세지 않고 일日로 세었다고 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말한다.   

  

“문명인과 야만인의 중요한 차이점 하나가 있다.

문명인은 일을 많이 하는데, 일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라 미래의 즐거움을 확보하거나 미래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그런다는 것이다. 이런 습성은 인간이 겨울철에 굶주리지 않기 위해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전에는 배고플 때만 식량을 구했다. 그 수단은 사냥이었는데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최종적인 이익을 위해 유쾌하지 않은 일을 하는 습성은 인간이 원시 상태로부터 멀리 떠나올수록 점점 자라났다.

목적 대신 수단을 위한 삶이 너무 지나치면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즐거움은 죽어버리고, 그럼으로써 미적 감각은 파괴된다.”


버트런드 러셀 저, 송은경 역, 《런던통신 1931-1935》, 사회평론, 2011.


고대인들은 현대인들보다 현명했던 것 같다.

그들은 오늘 하루가, 현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위해 죽음이라는 것이 언제나 가까이 있음을 메멘토 모리, 카르페디엠 등의 말로 환기시켰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연회가 시작될 때마다 관이 연회장을 한 바퀴 돌았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스러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은 '죽음' 앞에서는 모두 떨어져 나가고, 정말로 중요한 것들만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죽을 몸입니다. 그러므로 가슴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타인의 견해가 여러분 내면의 목소리를 삼키지 못하게 하세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슴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의 가슴과 영감은 여러분이 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있습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부차적인 것이죠.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 졸업 연설문          

[출처] 53. 죽음에 대하여 서평 |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 연설|작성자 퍼르퍼르

https://blog.naver.com/perrperrr/22336170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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