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K에게

by 하름구늘



올해 장마는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살인적인 더위에서 숨을 헐떡이는 중입니다. 겨울에 태어난 사람이라서 그런지 유독 더위에 약해서 여름이 되면 참 슬퍼집니다.


사실 이 덥고 습한, 불쾌지수가 가득한 여름날이 왜 그렇게까지 미화가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허덕이다가도 여름의 사진만 봐도 일렁이는 것이 의문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분명 겪어왔던 여름은 항상 상상 이상으로 지치고 더운데, 어느 계절이든 여름만큼의 추억이 몽글한 날도 없는 듯합니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계절이라 그럴까요? 풀벌레 우는 밤 밖에서 모기향을 맡으며 술 한잔 곁들일 수 있어서일까요. 아마 전 후자의 기억으로 인해 더 여름을 그리워하며 기억하나 봅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편의점 플라스틱 의자 말이에요.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피어올랐는지. 그 더운 여름에, 열대야로 밤공기도 더 이상 시원하지 않은 그 밤에 말이에요. 우리는 할 얘기가 그리 많았는지, 그저 헤어지기 싫었는지 무더운 날씨만큼 진득하게 붙어서 밤을 보내곤 했었습니다.

그곳에서 피어오르던 우리의 대화를 전부 기억하진 못합니다. 사실 기억의 조각도 찾지 못한 듯합니다. 그럼에도 그 공기만은 선연히 머리에 있습니다.


그 순간이 기억이 나서일까요. 초록이 짙어질 때면 당신의 생각도 짙어집니다. 이렇다 할 강렬한 추억을 남긴 것도 아닌데, 뭐 그리 대단한 것을 했다고 이렇게 짙어지는 걸까요?

유난히 더위를 타시는 당신이었기에 저는 여름이 늘 걱정이었습니다. 당신은 여름이 다가오는 두어 달 전부터 걱정을 쏟아내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도 왠지 여름이 미웠습니다. 항상 여름이라는 계절에 녹아내리던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리도 싫어하시던 여름이지만, 저는 여름이 되면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당신 하면 떠오르는 계절이 여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여름이 미워도 여름을 싫어할 순 없었습니다. 아주 눅눅하고 꿉꿉하여 밉지만, 싫진 않았습니다. 매 여름마다 당신을 떠올리며 날이 더워질수록 걱정이 늘어가겠지만, 그만큼 당신의 생각도 늘어가는 것이니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부디 이 더위에 녹지 않길 바라고,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올해 더위는 모두가 힘든 더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17년 만에 더위였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다시 돌아온 장마로 잠깐 더위가 주춤했지만, 아직 7월의 중순이라는 사실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사실 이 글이 올라갔어야 하는데,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또다시 돌아온 장마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더위가 한결 가시긴 했다만, 집중호우로 인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항상 모든 일이 장단이 존재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더니 다시 날씨가 말도 안 되는 더위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안전, 건강 유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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