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오늘도 우연히 이곳에 당도하신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
2악장에서 국어를 메인 소재로 잡고 문학, 한글로 음악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부끄럽지만 저희가 문학 작품을 공부하고 그 문학 작품에서 탄생한 한 음악을 소개해볼까 해요. 2023년에 루가 작곡하고 귄, 록, 역이 연주자로 참여한, 이상이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날개'라는 음악입니다.
이상의 『날개』는 한국 문학사에 등장한 가장 기이하고 아름다운 모노로그 중 하나입니다. 자의식과 현실감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한 인물이 무너져가는 세계를 오히려 자유처럼 느끼는 이야기라고 루는 해석했어요. 그리고 한 천재가 느끼는 이 낯선 세계를 루는 음악으로 그려냈죠. 루가 그려낸 세계를 록은 한 천재를 연기하며, 귄은 시간이 되어서, 역은 한 천재와 마주한 하나의 인물이 되어서 무대에 표현해 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오늘, 저희는 그 음악을 네 개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계신 여러분들에게도 작곡가의 오피셜한 설명과 참여한 연주자들의 코멘트를 듣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 같아요. 부디 어려움을 느끼기보다는 흥미로움으로 가득 찬 상태로, 지금부터 루가 그려낸 1930년대의 경성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제1막 -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장면: 평범한 거리 → 술집 안. 시간: 어둑어둑한 밤
루: 이 이야기는 한 남자의 고백으로 시작됩니다. 밤이 내려앉은 어느 거리, 술에 절여진 듯 축축한 공기를 가르며 한 남자가 술집으로 들어섭니다.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죠. 그리고 그는 조용히, 그러나 아주 깊은 목소리로 묻습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장면은, 단순한 소개가 아닙니다. 그에게 있어 삶은 이미 박제된 것과 같았으니까요. 움직이고 있지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 그가 들어선 술집은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공간이 됩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 살 수 없는 사람, 누구에게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던 사람. 그런 이가 자신의 이야기, 혹은 시대의 고백을 시작하려는 자리. 그게 바로 이 ‘제1막’이에요.
귄, 역 : 23년도 초, 여느 대학생들이 그렇듯 또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매번 그렇듯 술동굴에 모여서 각자의 노래를 돌려 들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그날 루가 안 어울릴 정도로 진지하게 선언을 했습니다. 이상의 날개로 졸업연주를 하겠다고 말이죠.
피아노 전공인 역과 저, 그리고 성악 전공인 록까지 다 참여시키겠다면서 말이에요. 매번 특이한 길을 걷는 작곡 전공자인 루라서 편성은 예상하지 않기로 했지만 장르는 당연히 조성음악일 줄 알았습니다. 대충 마이너한 조성으로 날개 특유의 찜찜한 분위기를 풀어낼 줄 알았어요.
몰랐습니다. 그게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우리가 그보다 훨씬 더 깊고 심오한 쪽으로 끌려가게 될 줄은요.
록 : 루가 이 이야기의 시작을 풀어줬으니 저는 이 연주 준비의 시작을 풀어보려고 해요. 평소에도 루는 '날개를 가지고 음악극 같은 걸 해볼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어서 '아.. 그런가 보다..'하고 넘겨 들었죠. 그런데 어느 날 카톡이 하나 와있었습니다. "록아 사물함에 선물 하나 넣어놨다."라고 해서 사물함을 보니 이상의 날개 한 권이 있더군요. '아 시작되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연주 당일까지 루가 사준 책을 가방에 들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2막 - 외출 / 장면 : 술집 안 → 33번지 유곽
루: 그의 이야기는 술잔 위에서 흘러나옵니다. 처음에는 푸념 같았죠.
하지만 점점, 그 말들이 무거워지고 진심이 섞여듭니다. 그가 떠올리는 곳은 33번지 유곽. 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 자유라고 착각했던 방황. 그 안에서 그는 외출이라는 이름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곳도 다른 세계가 아니었어요. 낯설고 허무한 공간일 뿐이었죠. 손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이는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고, 마침내 흐느끼다가도 소리칩니다. 이 장면에서는 삶의 여러 얼굴이 드러나요.
부끄러움, 절망, 그리고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희망. 이야기를 마친 그는 잠들 듯 쓰러지고, 그가 남긴 말들은 술집을 떠돌며 우리 안의 기억을 흔듭니다.
귄 : 1막에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풀어줬다면 2막에서는 주인공의 소란한 정신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큰 용기를 가지고 외출을 감행했지만 주인공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어수선한 세상이었죠. 어쩌면 어수선한 건 '낯설고 허무한 공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주인공의 발걸음과 정신세계를 청각화 한 듯 한 피아노 반주 위에서 2막은 시작됩니다.
1,2,5막의 피아노 연주자를 맡은 저에게 처음 얹어지는 악기는 오보에였습니다. 특유의 톡 쏘는 음색이 마치 주인공을 조롱하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두 번째로 들어오는 클라리넷의 반음계는 그 조소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처럼 느껴졌습니다. 호른과 플루트도 들어오며 어지러운 분위기를 잘 연출해 냅니다.
그러다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피아노가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갑자기 섣부른 걸음을 내딛기 시작합니다. (첨부 음원기준 2:08) 어디로 가는 건지, 내 외출의 이유는 뭐였는지 모든 것이 헷갈립니다. 그럴 거라 믿어왔던, 아니 착각해 왔던 바깥세상의 모습은 결국 주인공이 또 다른 결심을 하게 만듭니다. 일단 벤치에 쓰러져 쉬는 거죠!
이 곡을 받을 당시 저는 굉장히 정신없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제가 벌려놓은 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타이밍 좋게도 만나던 여자친구와의 인연이 다해 우울증 초기증세까지 갔었습니다. 9월 초부터 연주 당일까지 매일 밤 록, 역과 술잔을 기울이며 '대체 이 난곡을 어떻게 보여줄까'라는 주제로 밤새 토론을 했습니다. 악보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고, 마지막쯤 나오는 32분 음표 연타 테크닉은 생전 처음 보는 테크닉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날개’는 이런 저에게 위안이 되어줬습니다. 합주 때마다 루가 해준 피드백은 음악에 대한 피드백도 맞지만, 상심해 있는 저에게 해주는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루 덕분에 연주를 준비할 때만큼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더라고요.
또한, 제 상황 때문인지 저는 오히려 음악적인 부분은 자신 있었습니다. 주인공에게 너무나 감정이입이 됐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적받은 부분들도 다 템포나 테크닉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넌 시간이야. 템포 지켜. 템포 나가면 밤새 토하게 해 줄게’라는 피드백을 들은 순간 루의 의도를 한 차원 더 이해하게 되면서 제 역량을 2막의 마지막에 전부 투자한 것 같아요.
2025년 4월의 제가 그때를 회상해 보면 정말 잘 버텨냈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듭니다. 그리고 ‘날개’는 2023년 후반기를 살아내게 해 준 큰 기둥과도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이 2막 마지막에 벤치에 기대 쓰러진 것처럼 저도 ‘날개’에 잠시 기대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넘어져있을 때 다시 날개를 심어준 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2막의 이야기는 마칠게요.
제3막 - 아스피린, 아달린 / 장면 : 어두운 계단
루: 조명이 바뀌고, 장면은 어두운 계단으로 옮겨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는 그 발소리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립니다.
이제 그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합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우리는 과연 옳은 길을 걷고 있는가?' 그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고민이죠.
삶의 고통을 진통제로 버티던 시간. 아스피린, 아달린_그 이름들이 그의 고독을 말해줍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은,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내면 같기도 하고요. 이 장면은 명확한 해답보다는, 질문 그 자체를 곱씹게 합니다. 그는 말없이 연주하고, 관객은 그 음들 사이로 각자의 삶을 투영하게 되죠.
역: 12음 기법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쇤베르크가 고안해 낸, 이론화된 무조음악의 형식입니다. 한 옥타브의 구성음인 12음을 중복 없이 모두 사용하여 음렬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선율과 화성을 구성하죠. 자세히 설명하려다가는 모두 브런치를 종료하실 것 같아 설명은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결국 12음 기법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아주 체계적인 음악이지만, 조성 음악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에게는 상당히 낯설고 기괴해 귀에 착 달라붙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피아노 전공생이 그러할 것이고, 당연히 저도 이 무조음악을 루의 곡을 통해 처음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악보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이 형이 장난치나?”였습니다... 이 곡이 발표되는 날은 루의 졸업연주회였고, 당연히 루가 사람들이 듣기 좋은 곡을 발표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3막을 연습하면서도 계속 루에게 음이 너무 익혀지지 않는다고 칭얼댔던 기억이 있네요.
피아노 연주자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는 이 곡은 미친 도약과 강약조절을 요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려도 아무도 모를 만큼요. 그리고 이 3막에서는 톤 클러스터라는 주법이 자주 사용되는데, 쉽게 말씀드리자면 음 뭉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건반을 내려치는 거예요. 제가 연주한 피아노는 학교의 보물인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였는데 루는 저에게 그냥 줄을 다 터뜨릴 기세로 건반을 주먹으로 내려치라고 했습니다.
피아노 전공자로서 이 피아노를 교수님들이 얼마나 아끼시는지 아는 저는 결국 실제 연주회 직전까지 마음껏 건반을 내려칠 수 없었고, 결국 실전에서 겨우 몰입해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또, 표기상으로는 박자가 존재했지만 워낙 음도 어렵고 루바토(자유로운 템포로 연주)가 심해서 연기하던 록과 박자를 맞추는 데도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3막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단 2도의 불협화음을 7번 찍으며 마무리되고, 3막의 진짜 종지는 록의 비명이에요. 하지만 록과 저는 계속 타이밍을 헷갈려했고 당일 리허설까지도 이상한 구간에서 소리를 지른 적도 있어요. 록이 남긴 말 중에 "다 불협화음이라서 타이밍 잡기 진짜 애매해."라는 말은 이 어려운 막을 혼자 이끌어가는 저에게 공감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정말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다시는 못 해 볼,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기괴한 곡을 연습하며 원작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도 날개라는 작품을 알고는 있었지만, 저한테는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시대상이나, 이상의 심리는 저에게는 잘 와닿지 않았거든요. 12음 기법과 이 곡 해설은 저에게 단순히 듣기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 문학 작품에 대한 해석본이 되어 주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난해하고 듣기 어려운 이 3막은 원작과 가장 닮아있는 부분일지도 몰라요. 3막을 감상하실 때는 불쾌함과 기괴함보다는 원작의 복잡한 감정선을 현대 음악의 기법으로 잘 풀어내려고 노력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주신다면 연주자로서 뿌듯함을 느낄 것 같습니다.
제4막 - 위독:절벽 / 장소 :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
루: 세상 끝에 선 사람은 어떤 풍경을 마주할까요? 그는 지금,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절벽 위에 서 있습니다. 명동,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 그 아래로는 어둡고 깊은 심연이 펼쳐져 있고, 그 위에는 끝내 닿지 못한 자유가 떠 있습니다.
삶이 위독해졌을 때, 우리는 어디서부터 다시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죠. 그의 목소리는 절벽을 향해 울려 퍼지고, 삶과 죽음 사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의 내면을 울립니다.
이 장면은 조용하지만 가장 극적인 순간입니다.
절벽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감정의 절정인 것이지요.
록 : 음악극이라는 큰 장르를 잡고 뮤지컬로 치면 넘버, 오페라로 치면 아리아를 부르듯 이 극에서도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루와 날개를 열댓 번 정도 회독하며 가사의 소재가 될만한 것을 찾아봤죠. 하지만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이 소설은 노래를 하는 사람에게는 불친절했습니다.
고민을 하던 중 루가 이상이 쓴 연작시 '위독'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위독'에서 저는 음악극에서 제가 연기해야 하는 순간, 미쓰코시 백화점에 선 주인공의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절벽'이라는 시를 선택했어요.
작곡가가 직접 부탁한 이 방대한 분량의 음악극에서 저는 루의 의견을 모두 다 수용하려 노력했습니다. 1막이 시작할 때는 객석 뒤에서 무대로 등장하기도 했고 중간중간 대사를 읊기도 했죠. 3막이 끝나는 시점에서 악을 지르고 바로 4막에서 노래를 했습니다. 3막과 4막 사이 들리는 기침소리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제 기침이에요. 그리고 노래를 마친 후 저는 최대한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사실 이런 해괴망측한 피드백보다 이 연주를 준비하면서 절 가장 힘들게 했던 건 감정의 전달이었어요. 애초에 전 천재도 아니고 우울에 자빠져서 아무것도 안 하는 성향의 인간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연주를 준비하면서 점점 우울감이 심해지더군요. 최대한 힘없는 무거운 질감의 소리를 내기 위해 발성법을 뜯어고치고 작곡가의 의도를 무대에 100% 꺼내놓기 위해 주인공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결과는 저에게 찾아온 무기력증이었어요. 2023년의 마무리가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25년이 된 지금 이 음악을 다시 들으니 2023년의 저에게 참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런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준 루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제가 한 모든 경험은 결국 제 날개를 돋게 해줬고 돋아난 날개를 최대한 펼치며 저는 사회에 나왔어요. 어쩌면 이제야 루의 진짜 작곡의도를 제가 사회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제5막 - 정오의 사이렌, 나가서 나는
장면: 술집 안. 시간: 밝은 아침
루: 그리고 마지막, 다시 술집입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날이 밝았습니다. 전날의 술기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지만, 그는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 평온한 얼굴이에요. 세상은 변한 것이 없지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하죠.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 외침은 단지 주인공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 막 절벽 끝에서 돌아온 모든 이들의 말일지도 몰라요. 다시 날 수 있을 거라고, 다시 살아볼 수 있다고. 우리는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에게는 이상의 소설 『날개』가 마치 대한민국 청년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천재는 무엇이고, 그 천재는 왜 박제가 되어버렸을까요? 저는 그 천재가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이며, '박제'는 각자가 쫓고 있는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총 12년 동안 진학을 목표로 살아갑니다. 원하던 대학에 진학한 사람도 있고, 목표보다 조금 낮은 대학에 들어간 사람도 있으며, 다시 한번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이들도 있겠지요. 그러다 대학이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제 내가 따라야 할 목적은 무엇일까? 내 꿈은 뭘까?”
『날개』의 마지막 문장,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다시금 원하는 바를 찾아 달릴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박제가 되었지만, 그 사실을 깨닫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그동안 대학생활 동안 익숙하게 사용하던 작곡 방식들을 일부러 내려놓고 실험적인 기법들로 ‘날개’를 작곡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곡을 쓰는 동안 저 자신도 고통을 느꼈지만,
그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끝없이 연습하고,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애써준 연주자분들을 보며 무한한 감사와 동시에, 어쩌면 미안함도 함께 느꼈습니다.
이제 저는 ‘날개’를 통해 졸업을 맞이하고, ‘대학생’, ‘클래식 작곡 전공생’이라는 박제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날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박제가 있나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다시 한번 날아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