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ㅋㅋ 그래서 언제 모일거냐고.
오늘도 우연히 이곳에 당도하신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
저번주, 저희가 이상의 날개를 가지고 펼쳐낸 음악 이야기를 끝으로 2악장 국어 분야는 마무리하려고 해요. 3악장으로 향하기 전에 한번 더 쉬어간다는 의미에서 나름 흥미로운 주제를 준비해 봤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귄록루역의 다음 합주곡'이에요.
이 글에 참여하지 않는 한 명의 멤버를 포함해서 이야기하자면 저희 5명은 함께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오롯이 5명이서 어떤 형태로든 공연을 준비한 적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만약 우리 다섯 명이 다시 모인다면 어떤 곡으로 합주를 해볼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노래는 누가 선곡한 노래인지, 또는 이 친구는 어떤 것을 전공했거나 공연하는지 추측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이번 주 이야기는 틀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과 상상을 마음껏 펼쳐내려고 합니다.
저희의 합주실로 초대할게요. 이제부터 저희 4명의 설득 방식, 그리고 음악 취향에 빠져보시죠!
#아 ㅋㅋ 우리 즉흥연주 하자고~
https://youtu.be/L0WXEzwZOv0?si=t36QpEl8KT30Hv4f
저희 5명은 모두 군악대 출신입니다. 귄 빼고는 모두 군대에서 전공이 아닌 관악기를 주특기로 했고, 귄도 이중보직으로 금관악기를 배웠죠. 그래서 귄과 제가 전역해서 다 같이 합주를 한다면 관악기와 실용을 절충한 퓨전 재즈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곡은 재즈 트럼페터 Roy Hargrove의 “Strasbourg / St. Denis “입니다.
이 곡의 제목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지하철역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Bb, C, Db의 세 코드 안에서 모든 악기들이 자유롭게 뛰놀듯 즉흥연주를 하는 점이 아주 매력적인 곡이죠. ‘야간작업실’이라는 국내 탑 연주자들의 합주 프로젝트에서도 일렉과 베이스기타를 중심으로 합주를 선보인 적이 있는데요. 이 버전도 브라스를 바탕으로 한 원곡과는 색다른 맛이 있으니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상하리만치 다양한 악기가 가능한 귄록루역에서 이 곡을 하면 꽤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아요.
즉흥 연주는 그 특성상 각 파트별 연주자들의 상당한 기량을 필요로 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연주자들에게는 이 즉흥 합주만큼 재밌는 것도 없을 거예요. 기본적인 틀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비어 있는 음악을 자신만의 실력과 색깔로 채워나가는 건 마치 하나의 이상적인 인생을 축소해 놓은 듯합니다.
이 음악에 정답은 없어요. 연주자들끼리 즐거우면 그만이죠. 기본적인 틀만 정해놓고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연주 방식은 어쩌면 저희와 가장 닮아있는 방식일지도 몰라요. 물론 저 빼고 mbti는 다 J지만 제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거든요.
다시 한 연습실에 모이는 날이 온다면, 각자 할 수 있는 악기를 총동원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합주를 하고 저희만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인트 데니스를 연주해보고 싶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합주하기 가장 어울리는 장르 같지 않으신가요!
#아 ㅋㅋ 오아시스 버리냐고~
https://youtu.be/jj_jJl5bBfU?si=VgOv9lZ7DF52-aYO
제가 오늘 들고 온 곡, Some might say는 오아시스 특유의 단순하지만 힘 있는 기타 리프와 노엘 갤러거의 솔직한 가사가 어우러진 곡입니다. 곡의 메시지는 쓸쓸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당당한 기운을 뿜어내죠. 다소 투박하지만, 그 거침 속에 담긴 인간적인 희망과 일상의 회복력을 록앤롤로 풀어낸 곡으로, 이후 오아시스가 시대의 목소리로 자리 잡게 만든 결정적인 트랙 중 하나입니다. 여담으로, 이 노래는 음원버전보다는 라이브 버전으로 들어야 그 낭만의 진가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Some might say를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에 알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좋은 노래와 함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그 시기에 이 노래로 많은 위안을 얻었고, 나중에 꼭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합주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다 행운처럼 지금 이야기하는 5명을 대학에서 만나게 되었고 술자리에서 이 곡을 적극 추천하곤 했습니다.
Some might say는 완벽할 리 없는 세상 속에서, 아직도 살아 있음에 부르는 노래입니다. 더러운 거리와 무너진 꿈 사이에도, 낡은 탬버린은 흔들리고, 우리는 작은 희망을 쥐어짭니다. 이 노래는 매일 조금씩 부서지면서도, 여전히 웃고, 여전히 사랑하고, 여전히 어딘가로 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절망 속에서 웃어넘기는 법을 배운 분들께, 지금은 넘어졌지만 일어날 힘이 필요하신 분들께, 그리고 서툴렀던 그때의 우리에게 이 노래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저희가 만나는 날이 온다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공연하는 저희가 그려지네요. 무대 위에 눈부시게 쏟아지는 조명 아래, 일상의 피로와 분투를 털어버리고, 거침없이 흔들리는 탬버린과 함께 자유롭게 외치는 록, 머리를 흔들며 기타를 연주하는 저 귄, 저희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루의 베이스, 제 헤드뱅잉에 맞춰 드럼을 치는 역, 좋아하는 피아노를 마음껏 연주하는 나머지 1명, 그리고 모두의 얼굴에 피어있는 은은한 미소까지.
땀과 웃음, 그리고 조금의 허세까지 뒤섞인 그 순간은 아마 무대가 끝나도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을 겁니다. 아무것도 완벽하지 않아도, 그저 살아 있다는 감각만으로 충분했던 그 시절처럼요.
여러분들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나요?
‘우리도 너희들처럼 오늘만을 기다렸다고’
#아 ㅋㅋ 미친 제안 하나 할게.
우리 빅밴드 해보자고~
https://youtube.com/watch?v=R9eQkTJZlNk&si=VcfkdKss9rThu5iV
‘빅 밴드’는 열 명 이상의 인원이 함께 연주하는 합주를 뜻합니다.
클래식, 밴드 음악, 국악까지 해봤으니 다음은 빅 밴드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다만 다섯 명으로.
가능할까 싶지만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 곡을 피아노 솔로로 편곡하듯, 빅 밴드 음악도 다섯 명 편성으로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제가 합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연주자들의 즐거움입니다.
연주자가 즐거워야 듣는 사람도 즐겁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말도 안 되는 도전을 웃으며 즐기는 사람들이니까요.
빅 밴드 곡 중 제가 가장 좋아하고 꼭 합주해보고 싶은 곡은
Phil Collins Big Band - Pick Up the Pieces입니다.
AWB의 대표곡이자 강렬한 인트로로 청중을 사로잡는 곡이죠.
피아노, 드럼, 트럼펫,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지는 이 곡에서 제가 생각하는 중심 악기는 색소폰입니다.
다행히 우리 팀에는 목관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멤버가 세 명이나 있습니다.
피아노 한 명, 드럼 한 명, 트럼펫 한 명, 색소폰이나 클라리넷 두 명.
이렇게 구성하면 다양한 솔로 파트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 연주 중에 베이스 기타나 일렉 기타, 트럼본등 다른 악기로 자연스럽게 바꿔가며 연주하면 조금 더 풍성한 다섯 명 편성을 만들 수 있겠죠.
물론 처음 도전하는 장르고, 큰 편성의 음악을 작은 편성으로 바꿔 연주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리고 이 곡의 제목처럼, 우리는 힘든 상황을 견디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한계는 없습니다.
저희가 먼저 정하지 않는 한.
지금까지도 너무나 다양한 도전을 해왔고, 해냈습니다.
앞을 가로막는 벽이 있다면 부수거나 돌아가면 되는 것.
절대 막히지 않을 겁니다.
빅 밴드 음악 합주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또 어떤 도전을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여정에 끝없는 도전과 즐거움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아, 물론 여러분도 함께요.
#아 ㅋㅋ 우리 각자의 서사를 이야기해보자고~
세상에 100개의 사랑하는 한 쌍이 있다면 아마 사랑의 형태는 100개일 거예요. 그만큼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죠. 누군가는 태풍처럼 혼돈이 넘치는 사랑, 누군가는 지진처럼 잔잔하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랑, 누군가는 장마철이 끝난 땅처럼 많은 시련을 겪은 후 단단해지는 사랑, 누군가는 봄처럼 따뜻하고 찬란한 사랑을 하고 있을 겁니다. 또 누군가는 여전히 사랑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만 저에게 사랑의 공통점을 물어본다면 아마 '생명력으로 가득 찬 갈등의 연속이다.'라고 대답할 거예요. 그리고 제 사견이지만, 이제야 제 친구들은 많은 사랑을 겪고 이 노래를 세상에 뱉어낼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골라온 곡은 wave to earth의 '사랑으로'라는 노래입니다.
아마 이 노래를 합주하자고 하면 귄은 싫어할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일행들에게 이 밴드의 노래를 소개했고 다들 긍정적이었지만 귄만큼은 미적지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웨이브 투 어스가 추구하는 락 기반의 Lo-fi 감성은 귄이 추구하는 길과 맞지 않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정말 아끼는 저의 친구들은 이제야 이 노래를 부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웨이브 투 어스의 '사랑으로'라는 노래는 잔잔하게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락의 감성과 Lo-fi 감성이 절묘하게 섞여서 잔잔하게 그루브를 형성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개하죠.
귄록루역에서 유일하게 노래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노래는 특이하게도 사랑의 어떤 순간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느낌을 줍니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이미 떠나보낸 사람, 혹은 혼자 사랑을 해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 노래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일한 보컬로서 저는 귄록루역 구성원 모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이 노래의 메시지를 전달할 준비가 모두에게 완료되었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서사가 형성된, 혹은 앞으로의 서사가 시작될 지금, 우리가 나중에 모인다면 이 노래로 시작했으면 좋겠어. 난 우리 모두의 사랑을 응원한다. 각자의 일 잘 마무리하고 몸 건강히 꼭 모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