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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1악장 : 음악 그리고 4개의 계절

봄 한 송이, 여름 한 컵, 가을 한 장, 겨울 한 숨.

by 오록

오늘도 우연히 이곳에 당도하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

저번주, 1악장의 첫 주제로는 과학 테마 중 우주를 소재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연결을 해서 음악 여행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1악장의 2번째 주제로는 조금은 직관적인 계절을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비록 요즘은 사계절의 경계가 희미해지기도 하고 여전히 추위를 견뎌야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한반도에 태어나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사계절을 온전히 즐기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체감을 했을, 혹은 스쳐 지나갔을 4개의 계절을 저희 기준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을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우주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지만 요즘 날씨는 하루동안 사계절을 체감하게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전 주에 다룬 이야기보다는 가볍게 과학과 음악을 연결하고 싶어서 계절의 특징을 음악으로 풀어내보고자 합니다.


저희가 선정한 계절을 상징하는 음악을 통해 선호하는 계절이 있다면 그 계절의 느낌을 음악을 통해 찾아보고 선호하지 않는 날씨라도 음악을 통해 계절감을 감성적으로 느껴보는 기회를 선사해보고자 합니다. 한반도에 내려온 최고의 선물, 4개의 계절을 음악을 통해 체험해 보시죠.


봄 #이 계절도 나와 함께해 줘.

https://youtu.be/ynLY1mO81-Q

이번 주 주제인 사계절의 시작인 봄 이야기부터 해볼까 합니다. 봄 하면 아무래도 생명력이 피어나는,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느낌을 주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벚꽃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아서 오늘은 목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꽃봉오리에 피워낼 꽃을 담고 겨울을 견뎌낸 후 봄에 만개하고 소임을 다 하면 툭 떨어져 버리는 목련은 굉장히 매력적인 봄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소개드릴 곡은 신지훈의 '목련 필 무렵'이라는 곡입니다. 신지훈의 가사들을 보면 아주 낭만적이고 시적입니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문학작품으로 나올 법한 예쁜 가사들입니다. 목련 필 무렵의 가사는 청자에게 들려주는 편지형식으로 되어있는데요, 가사는 설레기만 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제가 이 곡에서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후렴구입니다. 4도 코드로 펼쳐지는 "청아했던 밤하늘 별빛 수줍어" 부분은 이른 밤시간 선선한 봄 내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스트링 *데스칸트는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노래 같아 가사와 알맞은 분위기를 연출해 냅니다. 또한 가사의 흐름이 유기적이며 단순히 같은 가사들만 반복하지 않고 시간 순서대로 화자의 생각이 진행됨을 알 수 있습니다.

*데스칸트 : 주(主) 선율보다 보통 더 높게 부르거나 연주하는 선율

목련꽃이 떨어질 땐 다른 꽃처럼 서서히 흩날리지 않고 툭 하고 떨어지며 피던 날을 끝내버립니다. 화자와 청자도 목련꽃처럼 어느 순간 개화시기가 지나 갑자기 끝나버리진 않을까. 신지훈 님은 새로운 만남에 설레던 시기는 지나 색은 바랬지만 그래서 더 어우러진다는 표현을 하며 더 짙어진 관계의 깊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화시기가 지나 꽃잎이 한없이 떨어져서 설렘이 없어졌더라도 서로를 그때와 똑같이 봐주기에 더 의연한 사랑을 해 나갈 수 있는 두 사람을 표현한 가사가 정말 와닿지 않나요?

“이대로 둬도 되는 것 같아요
이제야 더 깊은 서로의 계절에 온 거예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소홀해졌다면 이 노래를 들으며 여러분들이 목련을 피워내던 때를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목련은 져버리더라도 그 나무를 보는 눈은 그대로니까요.


여름 #신나고 싶지만 시끄러운 건 싫어

https://youtu.be/IajeQM00yfE

여름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다양한 페스티벌이 많기도 하고 방학이나 휴가를 이용해 워터파크, 바다, 계곡 등으로 휴가를 즐기러 가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극한의 내향인인 저에게 여름은 길고 습한, 시끄러워지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신은 내고 싶지만 시끄러운 노래는 싫어하는 저에게 작년 여름에 귀에 콕 박힌 존재가 하나 있어서 오늘은 그 노래로 여름 이야기를 해볼 까 합니다. 오늘 제가 가지고 온 곡은 Kiss of Life의 'Sticky'라는 곡입니다.

이 곡을 처음 만난 순간은 의외로 작년 워터밤이었습니다. 극 내향인인 제가 모종의 사유로 하루정도 전원을 꺼버리기 위해 충동적으로 워터밤에 간 적이 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걸그룹이 정말 라이브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무대에서 뛰노는 모습을 보고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버린 그룹이 키스 오브 라이프였습니다.

음악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키스 오브 라이프의 디스코그래피는 전체적으로 '자유'라는 큰 주제 안에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자유'라는 주제를 조금은 레트로 하게 풀어내는 그룹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sticky라는 곡을 통해 조금은 가볍게, 여름스럽게 풀어내면서 귀에 청량함을 선사해 주고 성적도 잘 챙겨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수많은 여름 곡 중 왜 굳이 sticky를 가져왔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꿈꾸는 여름과 가장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드릴 것 같습니다. 신은 나지만 시끄럽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는 곡이에요. 뮤직비디오를 봐도 정말 친한 친구들과 걱정 없이 신나게 뛰노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휴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휴식을 즐긴다면 중등 텔레병 환자로서 혼자 펑크 리듬을 텔레캐스터로 크런치하게 이 곡에 추가해 보는 상상도 해보고요.

굳이 이 곡이 아니더라도 다른 계절을 지나며 지치는 순간이 오면 저는 친한 친구들과 어디론가 떠나서 휴가를 즐기는 순간을 즐기기 위해 지금 달려놔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버티곤 합니다. 최근 3년간의 여름이 그랬듯 올해 여름에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휴가를 보내면서 잠시 저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제 친구들에게 올해 휴가 계획을 넌지시 던져보며 여름 파트는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난 좀 멀지만, 올해도 우리는 부산으로 떠나는 거냐? 이 녀석들아?


가을 #우째도 가을에 야구하네!

https://youtu.be/KahAPQ9sl6g

사계절의 끝은 겨울입니다. 한 해의 끝은 12월 31일이죠. 하지만 어떤 공놀이에 미친 누군가에게는 가을, 정확히 말하면 야구의 한 시즌이 마무리되는 순간이 어쩌면 한 해의 마무리라고 체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제가 가을을 상징하는 곡으로 들고 온 곡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부산 사람들에게는 다른 가사로 들릴, 우리의 영웅의 응원가 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입니다. 이 곡의 멜로디는 알고 계시지만 정확히 어떤 노래일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곡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 곡은 단순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클래식한 선율을 반복하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입니다. 익숙한 선율이 선사하는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을 가져갈 수 있는 곡이죠. 그리고 그 익숙한 선율은 바흐의 미뉴에트 G장조 선율을 샘플링한 선율입니다. 시대가 흘러도 듣기 좋은 선율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하는 느낌도 주는 것 같습니다.

듣기 좋은 선율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평생을 약속하는 사랑도 변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죠. 실제로 이 노래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결혼식장 입장곡으로도 자주 쓰이기도 합니다. 물론 부산 사람들과 다른 곳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오 롯데 이대호'로 가사가 변해 있습니다.

야구팬들은 화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지면 져서 화나있고 큰 점수차로 이기면 왜 점수를 하루에 몰아내냐며 화를 내곤 하죠. 접전 끝에 이기면 답답하다고 화를 냅니다. 사실 사람들이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가 일상의 일부가 된 것은 야구가 인생과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혼자 잘해서는 절대 성과를 낼 수 없는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시간제한이 없는 스포츠죠. 물론 요즘은 피치클락이 들어왔지만 근본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공 한구 한구의 볼/스트라이크/인플레이 여부에 따라 일희일비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인생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야구를 통해 위로를 받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내 친구 하나가 1년을 마무리했다는 감정을 줄 것 같습니다. 물론 올 시즌은 글렀다, 다음 시즌부터는 절대 안 본다 라는 다짐을 하고서는 겨울이 오면 난로 앞에 앉아 다시 응원하는 팀과 영원한 사랑을 다짐할 것입니다. 이 곡의 가사가 익숙한 선율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것처럼요.

제 가을을 소개하는 곡은 저의 영웅 이대호 선수의 응원가 'a lover's concerto'입니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계절 가을엔 다음 시즌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의 응원가 풀버전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마무리 아닐까요?

그리고 전 올해도 롯데의 가을야구를 응원하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파이팅!


겨울 #캐롤일줄 알았죠?

https://youtu.be/HAbG7YONLxQ?si=n3c-eUvHrmL1L2Tq

예체능 입시생의 비애를 알고 계신가요? 그건 바로 수능이 끝난 후에도 끝나지 않는 입시 실기랍니다. 고등학교 3학년 말, 갓 수능을 끝마친 시절. 제 친구들은 모두 수능 직후 여행을 가거나, 운전면허를 따거나,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공부로부터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곧 성인이 되는 만큼 1월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약속을 정하는 친구들도 많았죠. 음악교육과에 피아노 전공으로 지원했던 저를 제외한 모두가요.


심지어 저는 일명 ‘정시 파이터’였기 때문에 해가 바뀌고 20살의 설렘을 안고도 18일이나 더 연습실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동떨어진 것 때문인지, 피아노를 쳐야 할 손이 계속 얼어서인지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것 같습니다.


12월 말, 여느 때처럼 새벽까지 연습을 한 후 연습실에서 나오던 저는 맞은편 무인카페에서 오늘의 노래 "All You’re Dreaming Of"가 나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목소리는 아주 익숙했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 오아시스의 멤버 Liam Gallagher의 목소리였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멜로디와 목소리에 꽂힌 저는 바로 휴대폰 음악 검색을 통해 소중한 제 인생곡을 얻어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 꿈을 위해 묵묵히 나아가지만 언젠간 내가 꿈꾸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위로를 이 노래를 통해 얻고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죠.


이 노래는 리암 갤러거가 2020년, 당시 오아시스 형제가 갈라서 있던 시절, 솔로로 발매한 곡입니다. 이 노래는 팬들을 위한 노래로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곡입니다. 평소 하드 락스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리암에게서 의외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데, 가사에 신경을 쓴 프런트맨 리암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존재임을 한번 더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리암은 이 곡을 발표하며 "고전적인 크리스마스 송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한 해 동안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이 곡의 모든 수익을 영국의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해요.


솔직히 겨울 하면 가장 익숙한 노래는 당연히 캐롤이겠죠. 저도 크리스마스의 설레는 분위기 속 캐롤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곡에서는 그 어떤 신나는 캐롤보다 더 진한 겨울의 향이 납니다. 제가 심적으로 가장 추웠던 겨울, 저에게 가장 따뜻했던 이 곡은 제 곁에서 항상 저를 위로해 주고 있었으니까요.


당신은 무엇을 꿈꾸고 있나요? 그게 혹시 사랑 같은 건가요?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당신이 꿈꾸는 것은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All You’re Dreaming of의 후렴 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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