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도 우연히 이곳에 당도하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 저희들을 소개하는 시간과 대략적인 여행의 콘셉트를 알려드리는 서곡까지 연재를 한 후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테마를 정해서 음악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교향곡처럼 이 여행을 나누기 위해 악장이라는 표현을 써보려고 해요. 그리고 1악장에서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분야, 과학을 음악과 연결해서 음악 여행을 떠날까 합니다.
어쩌면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음악과 과학은 의외로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리의 전달 방식은 과학으로 해석이 가능하기도 하고 음향 기술이나 악기의 발전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하고 있죠.
그리고 AI 기술의 발달로 송폼이나 가사를 AI를 활용해서 쓰거나 아예 음악 생성 AI가 나오면서 간단한 동영상의 BGM을 AI로 작곡해 버리는 대단한 시대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과학 기술이나 소리의 전달같이 이론적인 부분은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과학, 그중에서도 요즘 넷 중 누군가가 푹 빠져있는 우주 이야기를 음악으로 해볼 까 합니다.
사실 음악과 우주를 연관시키려면 정말 다양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고대에는 천문학과 음악이 일맥상통했었다고도 하고 플라톤은 "눈으로 천문학을 연구하는 것처럼 귀로는 음악을 듣는다. 이 둘은 서로 쌍둥이 과학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중세시대 보에티우스가 저술한 음악 교과서 <음악의 원리에 대하여>(에서는 음악을 3가지로 구분하는데, 인간의 음악(Musica Humana), 악기의 음악(Musica Instrumentalis)과 함께 우주의 음악(Musica Mundana)이 구분 종류의 일종입니다.
이론적 이야기 말고 오늘 할 이야기의 콘셉트를 정확히 말하자면 우주를 이론적 관점이나 이과적 감성으로 접근하지 않고 철저히 음악적 감성으로 접근해서 음악인들이 우주를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될 것 같아요. 저희의 사견이지만 과학을 심도 있게 공부한 분들께는 새로운 관점이 주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과학이 어려웠던 분들께는 조금은 쉽게 과학을 접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세기 사람들의 태양계 여행
오늘의 두 번째 곡은 20세기 작곡가가 구현해 낸 우주 음악, 구스타브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입니다. 처음 이 곡을 접하게 된 건 20세기 사람들의 우주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임용고시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다양한 악곡을 듣고 기억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음악적인 것을 제외하고 이 곡의 큰 특징이 있다면 행성마다 이름과 함께 부제가 붙어있다는 것과 지구가 빠져있다는 것, 태양계의 순서대로 악장이 배치되지 않았다는 것 3가지입니다. 왜 이런 특징이 나타난 걸까 하고 찾아보니 홀스트는 점성술의 영향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천체 현상을 관측해 점성술로 미래를 예측하고 심지어 지금 시대의 우리에게는 의아하지만 핵심 학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홀스트 또한 점성술에 굉장한 흥미가 있었고 지구가 없는 이유도, 순서가 태양계 행성의 배치와 다른 것도 다 점성술에 따른 순서를 따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20세기 음악은 클래식을 즐기지 않는 분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관현악 편성이 거대해지고 전통적인 화성들이 파괴되기 시작하면서 정말 듣기 편하다!라고 느낄 수 있는 선을 넘기 시작한 시기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이 곡을 추천드리는 이유는 흥미가 생긴다면 100년 전 사람이 점성술로 그려낸 우주를 각자 느껴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고자 하는 지인이 있다면 정보를 찾아보고 듣는 것도 좋지만 음악적인 것은 배제하고 일단 들어보라고 하는 편입니다. 풀버전을 들으신다면 1악장 화성이나 4악장 목성이 그나마 귀에 익고 흥미롭게 다가오겠지만 한 악장만 들으신다면 전 마지막 악장 해왕성을 추천드립니다. 합창단까지 등장해서 관점에 따라 신비하거나 기괴한 선율을 듣다가 희미하게 선율이 끝날 때, 길고 길었던 50분 정도의 태양계 여행이 끝난다는 감정을 받게 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 눈을 감고 그려보는 끝없는 상상 속 여행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SeOx7nxhymJl1aXmMDM3-TyiLodxcavz&si=QSS4xy0e_Pq1xTX3
우주는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지만, 정작 우리는 우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을 보지만, 그곳에 직접 가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과 영화, 그리고 과학적 이론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 하지만, 우주를 온전히 느끼는 방법은 또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음악이 바로 그 답이 될 수도 있지요.
오늘, 여러분을 상상의 우주로 데려가 줄 John Coltrane의 앨범 Interstellar Space를 소개하려 합니다. Coltrane은 말년에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팽창하는 우주 가설에서 영감을 받아 이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사운드는 마치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균일하게 이어지는 드럼 소리는 중력이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힘이라면,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색소폰 선율은 그 중력을 벗어나려는 우주의 팽창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음악은 익숙한 규칙 속에서 움직입니다. 클래식 음악이 체계를 잡고, 재즈와 실용음악이 발전한 지금, 대부분의 음악은 서양 화성 체계 안에서 작곡됩니다. 우리에게 편안하고 친숙한 소리이지요. 하지만 Coltrane은 이 익숙한 음악 체계를 우리가 사는 지구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그는 그 너머를 꿈꾸었고, 마침내 Interstellar Space라는 이름처럼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듯한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음악은 조성이라는 틀을 벗어나, 원시적이면서도 광활한 우주의 소리를 닮아 있습니다. 질서와 혼돈이 함께 뒤섞인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거대한 성운 속을 떠다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블랙홀의 중력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우주는 아직도 우리에게 미지의 공간이지만, 음악은 그곳으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조성을 벗어나 원시적인 울림 속에서 우리는 무한한 공간과 자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Coltrane이 색소폰으로 만들어내는 거친 숨결과 폭발적인 즉흥 연주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모습보다 더 생생한 감각으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익숙한 세계에서 벗어나 끝없는 우주를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 멀리 보이는 별빛과 함께, 소리의 우주를 여행해 보세요.
#음악인이 해석하는 로슈 한계
로슈 한계에 대해서 아시나요? 로슈 한계란 위성이 모행성의 기조력에 의해 붕괴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한계 거리를 의미합니다. 저는 과학이 아니라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로슈 한계에 대한 이야기는 깊게 하지 못하지만 로슈 한계의 반지름을 결정하는 위성의 속성은 밀도뿐이고 위성이 파괴되는 원인이 모행성의 중력이다 정도만 이야기하면서 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곡은 원 디렉션 출신인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해리 스타일스의 'Satellite'라는 곡입니다. 곡의 제목인 Satellite는 위성을 의미하죠. 화자를 위성으로 설정하고 음악적으로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인트로부터 몽환적인 효과가 걸린 신디사이저 선율과 얕게 깔리는 스트링 사운드, 은은하게 깔리는 코러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사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음악의 인트로를 들으면 우주를 유영하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곡의 가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Satellite, 즉 위성은 '인기인 주변을 맴도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화자는 아마 빛나는 모행성, 즉 인기인의 주변을 맴돌면서 내가 너의 곁에 있는데 왜 너는 날 당겨주지 않니?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곡의 브릿지 부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 곡의 브릿지에서는 난 너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내가 너의 곁에 있어주고 싶다는 가사를 굉장히 직설적으로 전달합니다. 보컬 이펙트를 이용해 For ya라는 가사를 다양한 옥타브를 넘나들며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죠. 인트로와 브릿지 부분 위주로 이야기했지만 정말 편하게 듣기 좋은 곡입니다. 후술 할 상황에 놓이셨거나 가끔 가사 신경 안 쓰고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이 받고 싶다 하는 분들꼐 이 곡을 추천드려요.
이제는 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3월이 되기 전에 저라는 위성은 저의 모행성이었던, 빛나는 별에게 감히 로슈 한계를 침범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을 오늘 글 주제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자면 '로슈 한계는 넘지 말아 줘' 였던 것 같네요. 개학을 하고 굉장히 바빠진 지금, 저는 로슈 한계를 지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퇴근을 하고 나면 쉬거나 책을 읽기 위해 자주 가던 곳들을 포기하고 집에서 할 일을 다 하는 편입니다. 방향이 같아서, 타는 버스가 같아서 혹시나 출근길에 마주치지 않기 위해 업무 핑계를 대고 최대한 빨리 출근을 하고 있죠.
그분이 저의 모행성이었을 때 저는 대학생이었고 그분은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출근을 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나의 모행성이 얼마나 빛나는 별이었는지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빛나는 별은 저라는 한심한 위성을 견뎌내다가 자신의 궤도가 더 비틀리기 전에 저라는 위성을 놓아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인연이 다해서 저의 모행성은 아니게 됐지만 저는 위성이니까 늘 같은 면만 보여주며 궤도를 지켜야 하겠죠. 서로가 파괴되지 않기 위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한번 더 로슈 한계를 넘어선다면, 제가 파괴될지라도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네요.
'당신이라는 빛나는 별을 감히 사랑해서 미안했어. 고맙고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