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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삶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무엇을 붙잡을까

by 에론위드 Mar 20. 2025



최근 다시 멜랑콜리아를 다시보게 됐다. 처음 봤을때의 충격이 여전할까 싶었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이 파고들었다. 13년이 흘렀지만 이 영화는 여전히 강렬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이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다시 볼 이유가 된다.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이 천천히 눈을 뜨는 순간, 무력감과 우울이 스크린을 넘어 내게 스며들었다. 클레어(샤를로뜨 갱스부르)가 잔디에 발이 빠져 움직이지 못하고, 저스틴이 덩굴에 얽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장면.

삶의 무게가, 보이지 않는 속박이 이토록 선명하게 표현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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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부 저스틴, 2부 클레어로 나뉜다. 1부에서는 결혼식이라는 화려한 무대 속에서 저스틴의 고립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그녀는 점점 무너져간다. 카메라 앞에서 억지로 짓는 미소는 그녀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결국 신랑과 멀어지고, 결혼은 끝을 맞는다. 사랑도, 축복도, 그녀를 구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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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클레어의 두려움과 불안을 중심으로 흐른다. 거대한 행성 '멜랑콜리아'가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클레어는 공포에 휩싸인다. 존(키퍼 서덜랜드)은 그녀를 안심시키려 하지만, 결국 그 자신도 두려움에 무너지고야 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망을 남겨두는 것조차 감당할 수 없었을까. 그는 떠나버렸고, 클레어는 남겨졌다. 저스틴은 오히려 고요했다. 마치 모든 것을 예견한 사람처럼, 레오를 안심시키기 위해 마법의 동굴을 만들고 마지막을 준비한다.

마지막 순간, 세 사람은 너무나도 다르게 반응한다. 레오는 순수한 믿음으로, 저스틴은 초연한 태도로, 클레어는 끝까지 저항하며 절규한다. 그리고, 멜랑콜리아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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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우울한 사람들을 더 깊은 어둠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반대였다. 삶이 더 간절해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붙잡고 싶은 것들이 선명해졌다. 멜랑콜리아가 삼켜버리기 전에, 나는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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