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Bin

제목 : 벌

벌이 날아왔다
겨울을 통과해 처음 만나는 너
작은 날갯짓에 봄이 실려 있었다

점심을 먹고 걷던 길,
햇살은 제법 따가웠고
길가엔 꽃들이 피었다
그 위로 너는 분주히 오르내렸지

하늘은 맑고
바람은 살랑였으며
나는 나른했고
너는 부지런했다

너는 누구를 위해 그렇게 일하니
그저 피어난 꽃을 따라가는 게
너의 삶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내일을 위해
너는 지금을 살고 있는 걸까

너를 보고 있으니
나도 문득,
내 오늘을 부지런히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시 설명

이 시는 제가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벌을 보고 느낀 감정에서 시작됐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처음으로 본 벌이었는데, 그 조그만 벌 하나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 진짜 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벌이 계절의 전환을 알려주는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그때 햇살도 유난히 뜨거웠고, 길가에 핀 꽃들도 유심히 보였어요. 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걷고 있었는데, 벌들은 꽃 사이를 바쁘게 오가면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처럼 나른하게 걸으며 시간을 보내는 존재와, 그 시간에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벌들이 묘하게 대비되어 보였어요. 그 순간 제가 괜히 좀 부끄러워졌어요.

‘저 벌들은 누구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일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냥 본능일 수도 있고, 생존을 위한 일일 수도 있지만, 왠지 그 모습이 더 깊은 의미처럼 느껴졌어요. 누군가를 위해, 혹은 내일을 위해, 그렇게 묵묵히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죠.

그래서 시에서는 ‘너는 누구를 위해 그렇게 일하니’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동시에 그 벌의 부지런한 날갯짓을 보며 저도 ‘그래, 나도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이 시는 그런 일상적인 순간에서 출발했지만, 자연스럽게 저의 삶과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 계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은 벌 하나가 계절의 흐름, 자연의 질서, 그리고 인간의 마음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그런 감정을 진심 담아 시로 표현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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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