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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가 내게 남긴 흔적]

20. 피부 병변 진료

by 아피탄트

2024년 10월 22일


항암 치료 중 생긴 피부 병변으로 잡은 피부과 진료.

예약시간은 오전 10시 45분.


암 이외의 일로는 처음으로 대학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도착 후 약 30분 정도 기다려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피부 병변의 원인은 스테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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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적으로 퍼진 피부병변 (착색된 부분은 약한 혈관에 주사 맞다가 항암제가 혈관 밖으로 새어서 생겼는데, 시간이 약이라네요...)


항암 치료를 하면서 위 사진처럼 염증성 병변이 전신적으로 퍼지게 되었는데,

지난 2월 치료 종료 후 8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없어지지 않았다.


교수님은 내 피부를 보시더니 단번에 여드름성 병변이라고 하시며,

항암치료 중에 구토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던 약물 중 하나인 스테로이드 때문이었을 수 있다고 하셨다.


돌이켜보니 병변이 나타난 시점이랑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시점이 비슷했다.

이런 병변이 처음부터 생겼던 게 아니라 항암 중간 즈음부터 생기기 시작했고, 스테로이드 역시 처음부터 복용했던 것이 아니라 중간에 구역감이 심해져서 그 때부터 복용을 했었다.


교수님께서는 세정제 하나와 약 2주분을 처방해주시며, 2주 후에 또 보자고 하셨다.


KakaoTalk_20241022_202259245.jpg?type=w773 진료 후 받은 처방전


여기서 중요한 약은 듀오크린 액독시사이클린 정.


듀오크린 액Clindamycin 성분의 바르는 항생제 외용액이고,

독시사이클린 정Doxycycline 성분의 복용하는 항생제이다.


두 성분 모두 여드름 치료 시에 가장 먼저 사용하게 되는 약물이며,

Clindamycin 성분의 경우 복용 시에 부작용이 커서 주로 경구제보단 바르는 형태의 외용액으로 사용한다.


그 외 처방된 라시도필 캡슐은 항생제의 흔한 부작용 중 하나인 설사를 예방하기 위한 유산균 보급제이고,

투리온정은 흔히 콧물이나 가려움증 등의 알러지 반응을 완화해주는 Bepotastine 성분의 항히스타민제이다.



2024년 12월 17일

시행착오 끝 증상 호전


지난 10월 피부과 진료 후 2~3주에 한 번씩 꾸준히 진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 비하면 상당히 호전되었는데, 시행착오가 좀 있었다.


최초에 처방받은 약으로는 차도가 없어서 약을 두어 번 바꿨다.

먼저 비타민A 유도체 트리파로텐 성분의 외용제 아크리프크림 0.005%를 추가로 처방받았다.


%EC%95%84%ED%81%AC%EB%A6%AC%ED%94%84%ED%81%AC%EB%A6%BC.jpg?type=w773 아크리프크림 0.005%, 갈더마코리아


몇 주를 써봤으나, 효과는 특별히 없는데 피부가 되게 민감해져서 나한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으로 대표적인 여드름치료제.

비타민A 유도체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이소티논 캡슐을 처방받았다.

%EC%9D%B4%EC%86%8C%ED%8B%B0%EB%85%BC.jpg?type=w773 이소티논 연질캡슐, 한미약품


참 신기하게 약을 복용하고 일주일 내로 급격하게 호전이 되었다.

그러나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에서 입술이 부르트는 부작용이 나타나는데(피지샘을 다 말리기 때문에),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입술이 너무 마른다.


그래서 립크림으로 보습을 계속 하면서 복용 간격을 길게 하고 있다.(1일 1회에서 2~3일 1회로)

이 날 진료를 볼 때 교수님께 효과가 되게 좋았다 말씀 드리니 다시 4주치 처방을 해주셨고, 아마 다음 방문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항암치료가 내게 남긴 흔적


항암치료는 내 마음에도 몸에도 참 많은 흔적을 남겼다.

그래서 아직도 내 온 몸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보면 항암을 견뎌내던 내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떠오르는 모습 속엔 평생 간직하고 싶은 기억과 이젠 잊혀졌으면 하는 기억이 섞여있다.


내 온 몸에 남아있는 흔적들이 깔끔하게 없어졌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어떤 흔적들은 말끔히 없어질 테고, 또 어떤 흔적들은 그대로 남을 테지.


그래서 혹 깔끔하게 없어지지 않는다면,

잊혀졌으면 하는 기억들은 없어질 흔적들에 묻어 날려버리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은 남아있을 흔적들에 묻어 남겨두고싶다.


그래서 내 몸에 남아 있는 흔적을 볼 때면 늘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 감사하고 벅차도록 받은 응원과 격려와 신경써주던 그 마음만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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