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르스트미스 2

가짜 신터클라스

by 명희진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길다. 상점에는 핼러윈이 끝나는 동시에 크리스마스 용품이 쏟아진다. 처음 유럽에 왔을 때는 '너무 이른 거 아니야?' 같은 생각을 했지만, 유럽에서 오래 산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이 지루하고 긴 겨울을 버틸 크리스마스와 연말, 새해가 있어 다행이라는 걸.


전에도 말했듯이, 11월 중순 신타클래스가 배를 타고 네덜란드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매일 작은 선물을 받는다. 이는 12월 5일까지 이어진다. 네덜란드에서 아이들이 큰 선물을 받는 크리스마스는 12월 5일이다. 루이가 작은 것에도 마냥 행복해하던 때는 1유로짜리 자동차 같은 것을 나무 밑에 두거나 슬라임 같은 것을 선물로 주곤 했다. 하지만 이제 8살이 된 루이는 자신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갖고 싶은지를 명확히 아는 아이가 됐다.


이번 주말에는 슬라임과 작은 인형이었다.

"내가 이걸 갖고 싶은 걸 산타가 어떻게 알았지, 엄마?"

작은 선물을 열어 가지고 놀며 루이는 흥분했다. 하지만 사실 루이는 슬라임이 코스요리로 치면 에피타이저라는 걸 알고 있다. 다음 날에는 조금 더 비싸고 괜찮은 선물이, 그 다음 날에는 더 나은 선물이... 12월 5일까지 이어진다.



학교는 학교대로 케르스미스를 준비한다. 루이 학교는 이번에는 12월 4일에 학교에서 케르스미스 행사가 있다. 신타클래스와 피터가 학교로 와서 종일 케르스미스와 관련된 수업을 한다. 저학년 아이들은 신타클래스가 배를 타고 오는 걸 볼 수 있다. 이 모든 걸 학부모들이 해야 하는 건 물론, 공식적인 비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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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과 후에 루이가 울면서 들어와 유도를 가지 않겠다고 했다. 라파엘은 이제 유도가 두 번 밖에 안 남았으니 가야한다고 했고 라파엘이 강압할수록 루이는 더 울었다. 나는 루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내가 오늘 아주 큰 비밀을 알았어, 엄마."

루이는 내 품에서 콧물을 훌쩍이며 자신이 알게 된 생의 비밀을 털어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라파엘과 나는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봐 가슴을 졸이며 루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학교에 신타가 왔어."

"그래, 엄마도 해변에 갔었는데, 루이가 보이지 않았어."

"왔었어?"

"어. 루이를 찾았는데, 안 보였어."

"나도 거기 있었어."

루이는 자신이 해변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며 조금만 더 주변을 걷지 그랬냐고 나를 힐난했다.

"그래서, 어떤 비밀을 알게 됐는데?"

그제야 생각난 듯 루이는 다시 울먹였다. 아이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통통한 볼을 타고 흘렀다.

"엄마!"

"응."

"놀라지 마."

"알았어. 말해 봐."

"신터가 가짜야. 오늘 내가 봤어. 신터는 가짜야."

여기서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고 있었는데, 이어지는 루이의 고백에 바로 폭소를 터트렸다.

"내가 봤어. 눈썹에, 햐얀 눈썹 있잖아. 거기에 접착제가 붙어 있었어!"

그러면서 루이는 엉엉 울었다. 지금껏 신터의 존재를 물을때마다 이런저런 거짓말로 잘 넘겼는데, 그리고 어쩌면 루이도 이제는 신터의 존재를 알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루이는 내심 신터를 믿고 있었나 보다.

나는 신터가 탈모로 고생중이라 가발을 쓴 거라고 둘러댔다. 거짓말쟁이 엄마는 또 이야기 하나를 지어냈다. 탈모로 고생중인 신터가 머리가 없는 신터를 보고 아이들이 실망할까봐 풀로 머리와 눈썹을 붙인 이야기를.... 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멈췄다. 전에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신터가 있냐고 물은적이 있었다. 그래서 신터는 가짜라고. 그때도 나는 신터 스쿨을 만들어 냈었다. 신터 스쿨을 졸업한 사람들은 다 신터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얼마나 그럴듯 하게 거짓말을 했는지, 초대 신터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신터가 사라지면 아이들이 실망할 걸 생각해, 스페인에 신터 스쿨을 지었다고.

내년에는 어떤 거짓말로 루이를 아이의 세계에 머물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루이는 이미 다 알면서도 부모를 위해 속아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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