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했던 나는 연애를 하려면 스스로가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혼녀라는 꼬리표에 뒤에 숨은 채 내 마음만 보호하기 급급해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한
명백한 나의 잘 못 이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연애가 끝나버렸다. 백일 파티도 못 하고 말이다.
이별을 통보받은 건 나였지만 원인제공은 나인 것 같은 불편한 연애가 막이 내렸다.
이혼 후 첫 연애를 겪으며 어쩌면 다시는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하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게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양보하는 그런 연애가 가능할까?
나는 더 이상 희생하는 연애가 하고 싶지 않았다.
2년여의 결혼 동안 분명 행복했던 시간들도 있었을 텐데 어쩐지 그 시간들은 모두 날아가버리고
그 사람과 가정에 내가 희생했던 기억들만 가득 남아서 나를 괴롭혔다.
희생하는 연애란 표현 자체가 참 설레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말이지만 달리 이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번 연애에서는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 내가 양보하기 싫어서 나 대신 상대방을 희생시킨 기분이 들었다.
위선적이었던 내 모습을 곱씹어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분명 새드엔딩, 실패한 연애로 결론이 나버렸지만
이혼 후 또 한 번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그래도 내가 더 성장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갔으리라.
외로워서 시작하는 연애는 다른 누군가를 더 외롭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스스로의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건강한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내 마음을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을 했다. 어느새 밖은 따스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노랗고 하얀, 작은 꽃봉오리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몽실몽실한 계절이 오고 있었다.
봄이었다.
내 마음도 이제 봄을 맞을 준비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