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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혼녀로서의 첫 연애실패였다.

by 스파티필름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와 헤어지기 위해 구실을 찾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주지 못해서 나는 늘 미안했고 그런 미안함을 느끼게 하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를 처음 만날 때 가장 좋아했던 그의 다정함에 숨이 막혔다.

매 순간 함께 하길 원하는 그의 사랑에서 이제 그만 빠져나오고 싶었다.



처음 그와 크게 싸운 날.

너는 우리보다 너의 개인적인 시간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은 그날.

나는 퍽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제법 착한 연애를 한다고 자부했던 터라 누군가를 외롭게 만들었다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나의 답답함만 생각하고 그의 외로움은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이기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나를 가장 서글프게 했다.

어쩌면 나는 다시 사랑할 준비가 안되어있던 게 아닐까.

나의 섣부른 판단으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것만 같아 미안하고 또 괜스레 화가 났다.



집으로 돌아와 내내 크게 싸웠던 기억이 난다.

남자친구보다 모임을 소중하게 여긴 나쁜 여자친구가 되어버린 나와

다정하다 못해 숨 막히는 연애를 제공한 가해자가 돼버린 그.

그렇게 우리는 전화기 너머로 서로의 무죄만 주장했다.


“너는 너무 냉정해. 어쩌면 그렇게 너 밖에 모를 수 있어.

전화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지금도 너는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잖아.

함께 있을 땐 한없이 다정한데 떨어져 있으면 너는 너무 멀게 느껴져. 사람을 외롭게 해. “



연인을 외롭게 만든 죄인이 돼버린 나는 끝끝내 그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나의 냉정함보다 너의 다정함이 더 큰 죄라고. 무언의 항의를 할 뿐이었다.


“네가 원하는 게 너만의 시간이라면, 그래 놔줄 테니까. 그만 헤어지자.

지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야 너는. “


그렇게 나는 이별을 통보받았다.

헤어진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에게 어떠한 사과도 연락도 하지 않았다.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았던 결별이 오히려 나 자신을 아프게 할 뿐이었다.

나는 아마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그의 따스함에 기대 나의 외로움만 채웠던 게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도 안 돼있으면서 감히 사랑을 넘 본 나의 죄는

지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년이란 불명예만 남긴 채 끝이 나버렸다.


이혼녀로서의 첫 연애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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