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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기다리고 있던 건 성난 그의 목소리였다.

by 스파티필름



단절되었던 이년 여의 결혼생활을 보상받으려는 듯이 나는 나 자신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었다.

그림 외에도 여러 취미 모임을 갖으며 퇴근 후의 시간이나 주말을 나만의 즐거움으로 채우기 바빴다.

그건 이혼 후 첫 연애를 하는 중에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와 함께하는 데이트도 좋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들이 참 소중했다.

그리고 그런 나는 그에게 참 고통스러운 사랑이었으리라.



그와 만난 지 3개월 정도 되었던 어느 날.

그는 본가에 가족 식사 약속이 있어 다녀온다고 했고 나는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저녁 시간이 지나고 집으로 간다던 그는 집에 가는 대신에 우리 집에 오겠다고 했다.


‘오빠, 모임이 늦게 끝날 것 같아.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 보자 ‘

나의 메시지에도 그는 보고 싶다며 우리 집에 오길 원했다.


’ 어제도, 그제도 만났잖아. 오늘은 집에 가서 쉬어.‘ 매일매일 보길 원하는 그가 점점 힘에 부쳤다.


나도 집에서 혼자 편히 자고 싶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말은 못 하고 그에게 피곤할 테니 집에 가서 쉬라고 문자를 했다.

여러 통의 전화가 왔고 나는 모임을 하고 있어서 받질 못했다.

그리고 이따 연락하겠단 문자만 보내 놓고 모임에 집중했다.


밤 열 시쯤 모임이 끝나고 그에게 연락을 했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성난 그의 목소리였다.


처음으로 내게 화를 내며 그는 말했다.

"부재중 봤으면 바로 연락을 해야지. 어떻게 문자만 남길 수 있어? 그 모임이 그렇게 중요해?"

“끝나고 바로 연락한 건데...”

“도대체 내가 너한테 몇 번째야? 너는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거야? “

전화기 너머 그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스스로 무엇을 미안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의 싸움은 걷잡을 수 없었다.



혼자보단 둘이 좋아서 시작한 연애는 그렇게 혼자이길 원하는 연애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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