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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그렇게 우리의 이혼 전쟁은 시작되었다.

by 스파티필름


그렇게 많이 싸우면서도 이혼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이혼이란 단어는 내 인생을 송투리째 바꾸기 충분했다.

나의 마음은 견고했고 그렇게 우리의 이혼 전쟁은 시작되었다.



옷가지만 챙겨 도망치듯이 집을 뛰쳐나온 그날 이후로 나는 언니네서 지냈다.

부모님은 귀농을 하신 후였고 내 방이 그대로 남아있는 부모님 댁에는 언니네 가족이 살고 있었다.

아무 연락 없이 새벽에 찾아온 나를 언니는 아무 말 없이 받아주었다.

온전히 나의 이혼을 이해해 주었고 내 편이 되어주었다.

부모님께 어찌 말해야 할지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그분들에게 내 인생의 실패뿐만 아니라 그분들 인생에 실패를 안겨드리는 기분이었다.

내 얘기를 들은 부모님은 감사하게도 나를 이해해 주셨다.

어서 돌아가라고 이혼이 쉬운 게 아니라고 책망하지도 않으셨다.


며칠 동안은 그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치기 어린 투정으로 봤으리라. 설마 진짜 이혼을 요구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싸울 때면 언제나 용서하는 건 나였으니..

하지만 이혼이란 말이 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어쩐 일인지 나는 조금의 틈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 마음은 완전하게 닫혔고 그에게서 멀어졌다.

나는 무서웠다.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갈까 무서웠고 두려웠다.



며칠 후 그에게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고 나는 변함없이 이혼을 요구했다.

물론 그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이혼이 그렇게 쉬운 일이냐며 잘 못했다고 계속해서 사과를 했다.

나는 미안하지만 절대 그 집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전화를 하며 나를 설득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시댁은 내게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설득을 했다.

그렇게 우린 두 달 동안 창과 방패처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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