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Life BGM 2 04화

lifeBGM |Deadman Blues

재즈맨을 보내는 재즈

by Ggockdo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변태들입니다. 뚜렷하게 죽어가는 사방의 풍경을 보면서 어떻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서글픈 가을을 두고, 풍요롭다 하지 말아라. 잭 디조넷, 크리스 바가, 클라우스 돌딩거, 앤소니 잭슨이 작고했습니다. 가을까지 다 와서.


가을이 급하게 굴면, 엄마는 기침을 합니다. 코가 간지럽습니다. 감기도 아닌데 미열이 오르고 목이 따끔합니다. 으슬으슬한 아침과 저녁, 그리고 제법 따뜻하게 구는 대낮의 볕이 무척이나 아니꼽습니다. 아마 연이은 부고들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한동안 아무 음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재즈는 그런 것이 아니잖아. 다른 계기로 베르그송의 『웃음』을 다시 떠올리고 무엇보다 웃음 자체인 재즈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물론 재즈는 무척 다양한 얼굴과 인상과 풍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슈만이나 슈베르트 같은 슈,자 돌림 음악가들의 쑤욱 들어간 눈매 같은 깊이가 있는 얼굴도 있고, 일렉이 난무하고 퍼커션이 원주민 축제의 차기 마을 이장의 춤처럼 힘찬 얼굴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 낯'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젤리 롤 몰든Jelly Roll Morton의 Dead man blues를 찾아 듣습니다. 윈튼 마샬 밴드의 라이브는 원곡에 있는 대사도 읊어줍니다.


낮 열두 시에도 교회 종소리가 울리나? 내가 들은 게 맞아?

이봐, 뭘 들었다는 거야. 교회 종은 낮 열두 시에 울리지 않는다네.

그래, 하지만 누군가는 죽잖아.

아무도 안 죽었어. 누가 얼큰하게 취했나보지(Dead Drunk)

아니, 내 생각에 이건 장례식이야. 이제 저기 보이네, 장례행렬이 보여. 트램본폰Trambonephone소리를 들을 모양이야.


조금 장엄한 장송곡 멜로디가 몇 마디 나오는 것도 잠시, 젤리 롤 모튼의 블루스는 'dead drunk'처럼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으며 흔들립니다. 젤리 롤 모튼은 실제로 사랑했던 여인을 떠나보낸 뒤 이 곡을 썼습니다. 수년 후의 인터뷰에서도 그 여인을 언급할 때면 모튼답지 않게 진지했다고 하지요.

그는 평생 자기의 업적을 부풀리고 거만한 체했기 때문에 정작 그의 장례식에는 동료들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듀크 엘링턴이 그 근처에서 목격되었다는 말뿐, 그의 아들이 참석했다는 말 뿐입니다. 하지만 문제없습니다. 그는 생전에 충분히 블루스를 흔들었고 연주했습니다.


모르고 듣는다면 그저 재즈밴드의 행렬 같습니다. 나는 이 음악이 마치 낙엽을 차며 걷는 재즈의 재즈맨을 보내는 송별행진곡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재즈맨을 보낼 때는 이래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잭 디조넷, 크리스 바가, 클라우스 돌딩거, 앤소니 잭슨을 위한 대낮의 종이 울렸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종은 재즈의 헌정사입니다.


서럽지 않은 생이 어디 있으며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올해 유독 많은 재즈 대가들이 떠났습니다. 가을과 송별은 늘 도처에 있습니다. 어느 것은 체감이 크고 어느 것은 체감이 작고 어느 것은 풍부하게 남고 어느 것은 느리게 옵니다. 내가 박성연 선생님의 송별을 뒤늦게 체감한 것처럼.

그러나 재즈는 조금 달라야지.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비발디의 레퀴엠과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달라야지. 젤리 롤 모튼의 블루스가 흔들리는 것처럼 저렇게 체감해야겠습니다.


재즈가 나를 보고 웃습니다. 재즈는 많은 경우 웃습니다. 물론 진지할 때도 있긴 합니다. 보통은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낯을 합니다. 재즈는 끝날 때까지 나를 보고 눈에 주름이 다 잡히도록 웃고 있습니다. 나는 기침을 합니다. 같이 리듬을 타다가 사레가 들렸습니다.

재즈는 웃고 있는 얼굴 속에 많은 울음을 갖고 찰랑거립니다. 마음속에 낙엽을 켜켜이 쌓아두는 쓸쓸함이 없다면 재즈는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감히 그 재즈맨들의 울음을 헤아릴 순 없습니다. 그들 마음에 쌓아 둔 낙엽이, 어텀 리브즈가 단풍나무인지 은행나무인지 포플러 나무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사시사철 푸르다는 소나무가 푸른 잎인 채로 가시 같이 말라 쌓여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설령 마음이 부스러지는 낙엽을 품고 살아도 어텀 리브즈는 찰박이고 스윙하고, 재즈맨의 얼굴은 웃습니다.


나는 재즈맨은 아니지만 재즈를 즐기는 사람으로 재즈처럼 굴어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재즈는 슈, 자 돌림이나 -스키, 돌림자들의 음악이라 좀 더 진지하게 굴 때가 많긴 합니다만, 스윙과 블루스의 얼굴을 쓰다듬지 않는 재즈팬은 없을 것입니다.

재즈로 재즈맨을 보내드리는 계절입니다. 이미 보내드린 수년 전, 수십 년 전의 송별까지 합해서 오늘은 데드맨 블루스를 듣습니다. 그리고 고전적인 블루스의 울분이 묻는 웃는 재즈의 얼굴을 보면서 같이 낙엽을 토하며 춤을 줘야겠습니다.


재즈처럼 사는 분들은 다들 행렬에 참여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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