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Life BGM 2 08화

Life BGM | 인간의 손

Mammal Hands - Chaptured Spirits

by Ggockdo



포유류, 특히 인간의 특이할만한 점은 바로 손에 있다. 직립보행에 집중한 진화론자들이 간과하는 점이다. 영장류 중, 손가락을 열개를 섬세하게, 생존이 아닌 곳에 쓸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게 각별한 존재가 된다고 한다. 인간의 손으로 쓰다듬고 돌봄을 받는 감촉은 다른 동물들에게 잊을 수 없는 황홀한 감각을 선사한다고 한다. 나는 열 손가락이 이뤄내는, 감각의 일들이 가장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섬세한 손의 일들... 외과 의사의 수술, 수공예 장인들의 공예, 미슐랭 레스토랑의 감탄할 만한 요리들, 화가들의 붓과 조각가의 부조, 그리고 음악 하는 손을 떠올린다. 손으로 할 수 있는 무서운 일도 얼마나 많은가. 섬세하게 잔인하기, 손으로 행한 무수한 범죄들도 얼마나 많은가.

나는 몇 년 전부터 사인을 받을 때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리고 손 안쪽에 사인을 받는다.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리면서, 또 손을 마주 잡고 악수를 하면서 나는 '그 손이 한 일'을 기억하려 애쓴다. 생각보다 음악의 손들은 가늘지 않고 투박하고 컸다. 이렇게 투박하고 큰 손이 섬세한 음악의 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늘 나를 놀라게 한다.


Mammal Hands, 포유류의 손들은 그렇게 각별한 '인간들'로 여겨진다. 영국 노리치 출신의 이 재즈 밴드의 음악은 내가 그동안 즐겨 듣던 재즈와는 사뭇 다른 결을 가졌다. 영국의 음악과도 다르다. 그건 아마도 노리치의 지리적 위치상 본토보다 물길로 네덜란드나 독일 등지와 교류가 더 많았던 역사에서 기인할지도 모른다. 다소 고립된, 독특한 노리치의 특색이 갖춰진 이들의 음악은 투박한 손으로 다듬는 중세 건물의 외벽같이 단단하고 또한 여러 개의 손이 쉴 새 없이 선율을 뽑는 섬세함을 동시에 갖췄다.


손으로 하는 일에 능한 사람들을 나는 꽤 많이 알고 있다. 우리 이모는 손재주가 좋았다고, 여러 번 밝힌 적이 있다. 다리를 못쓰는 대신 손으로 모든 재주가 흘러 들어갔다고, 모두들 그렇게 말했다. 이모의 손은 크고 투박했다. 손톱도 두껍고 컸다. 손톱이 크면 게으르다는 풍설은 일리가 있어서 조금 게으르긴 했지만. 이모의 손은 목발 때문에 늘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나는 섬처럼 손바닥 한가운데와 엄지와 검지 사이에 떠 있는 굳은 살점 매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에는 그 굳은살덩이에 재주의 비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윤희,라는 흔한 이름을 가진 서양화과 출신의 단발머리 여자를 아는 이는 나에게 소식을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스무두 살 동안, 나와 부쩍 친하게 지낸 섬세하고 작은 손을 가진 이. 여름 계절학기 동안 붙어 다니며 독일어를 흥얼거리고 거리를 쏘다닌 그녀는 아주 평평한 붓칠을 할 줄 알았다. 찍어낸 것보다 더 매끈하게 색을 단일하게 칠할 줄을 알았다. 그녀는 레이저로 오려낸 것 같은 말끔한 모형으로 종이를 재단하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색을 칠했다. 그녀와 나는 남산의 칠이 벗겨진 난간을 투덜거리고 나무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우리는 추위와 피로에 지쳐 서울역의 큰 빌딩 1층 카페에서 잠이 들었었다. 커피잔을 두 손에 쥐고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잤다. 나는 아직도 그 잔을 쥐고 떨어트리지 않고 잤던 내 손과 그녀의 손이 신기하다.


<사로잡힌/붙잡힌 영혼들>Captured Spirits은 여러 가지 단상이 음악으로 직조되어 있다. '음악으로' '직조'되어 있다.라고 고의적으로 표현한다. 그들은 억센 손아귀힘으로 곳곳의 영혼을 붙잡아서 Chapturer 그것들로 음악을 직조한다.

예술가들은 손으로 그런 일을 할 줄 아는 이들이다. 그들은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영혼을 붙잡고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짜낼 줄 알아야 한다. 평평한 붓질로 사랑을 표현하거나 투박한 굳은살 박인 손으로 매듭을 만드는 것보다 더 섬세하고 어려운 일이다.

음악은, 어쩌면 손으로 직조할 수 있는 가장 영혼을 위한 일이다. 포유류의 섬세한 손길로 할 수 있는, 영혼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적인 손재주다.


세바스티앙 살가도가 돌아가셨다고 했을 때, 오랫동안 바라본 사진은 파충류의 손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 손은 파충류의 것이지만 사람의 손 같기도 했다. 그 손을 통해 살가도의 손은 무엇을 잡아챘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 사진에 영혼이 들어있다는 것이고 Mammal Hands의 음악과 유난히 잘 어울렸고 오래도록 들여다볼수록 알 수 없는 애틋한 마음이 솟아났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 손의 사진을 찍어본다. 여러분의 손 사진을 찍어 보시라. 새끼손가락끼리 걸어 약속을 받아낼 수도 있고 관절을 구부려 하트를 여러 개 만들 수도 있는 부드럽고 섬세한 손. 그 손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영혼을 잡아채는 경지에까지, 다다르기를.

Sebastião Salgado é o grande homenageado do ano p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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