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Life BGM 2 10화

LifeBGM | 1월부터 12월 10일까지의 나에게

On Lars Danielsson - Liberetto

by Ggockdo

1월부터 12월 10일까지의 나에게 전하는 말.


On Lars Danielsson - Liberetto


실컷 불태운 자리에 남은 얼굴을 닦자. 그을음 닦자. 네 마음, 장작같이 태워 쓰고 텅 빈 창고에 찬 바람 들기 전에 문 닫아라. 너, 소진했다. 탕진했다. 이제 겨울인데 땔감으로 쓸만한 여유 없이 어쩌려고 그러냐.

그런데 아직도 밤낮없이 불 쓸데는 많고 추위 소식이 한창이고 그칠 기미가 없고 너는 고독하고 너는 도끼날은 있지만 자루는 잃어버렸고 입을 삐죽이다 이가 시리게 되었고 너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고 밤은 빠르고 아침은 늦고 해도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고 네 뺨을 얼고 네 발은 얼고 어쩌려고 그러냐.


땅이 얼기 전에 땅을 파고 물이 얼기 전에 물을 퍼내고 네 온도가 떨어지기 전에 움직여라. 아직 겨울이 한참이고 새 해가 오건말건 아직 겨울이고 - 새 해가 겨울의 한 가운데 책갈피처럼 끼어 있는게 얄미워 죽겠어. 뺨을 치고 싶어. 오른뺨, 왼뺨, 곤지 연지, 마빡에 한 대 빡. 그건 주먹으로. - 헛 피가 돌아 헛 꿈 입김 위에 뜨고 그게 희망이라고 부르짖다 신기루가 사라지면 눈을 질끈, 감아서 사진마다 다 검은 장면 밖에 없다. 아무것도 안 찍힌 게 1월부터 12월 10일까지의 먹색 일기장. 이제 눈이 내려야해. 흰색 글자가 필요해.


실은 그게 12월 11일부터 25일까지 써야 하는 방대한 네 예언서야. 왜 25일까지냐하면 그가 태어나잖아. 고요하고 거룩한 밤에 마굿간에서 그가 태어나잖아. 별이 따라오고 밤이 숨죽여 울거야. 그 눈물이 황금과 유약과 몰약이 된다는 떠돌이 시인의 막무가내 전설. 어이가 없는데 다들 믿는다네. 이제 이걸 보고 들은 당신도 믿게 될 거라네. 밤이 숨죽여 울면 신의 아들이 희망의 심장을 갖고 여물통 위에 첫 숨을 내쉴 거라는 전설. 그런데 어머니의 배는 괜찮나요? 피비린내가 없을 수가 없는데.


아무튼 그 때까지 너는 배앓이를 참으며 흰 글자를 찾아 검은 종이에 올려 놔야해. 그 때까지 눈이 뻐근하고 춥고 졸립고 배고프겠지만 참아야해. 그 이후에는 눈이 안 뻐근하고 안 춥고 안 졸립고 안 배고플거라는 보장은 없어. 하지만 어쩌겠어. 그게 삶이야.

12월이 뭐 어쨌고, 연말이 뭐 어째. 능구렁이 흘러가고 붉은 말이 오면 뭐 어째. 그냥, 살아야지. 그래도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말라고. 너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읽었고 좋은 음악을 많이 들었어.


좋은 음악을 많이 들었어.

귀가 두개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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