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mage to 『The World on the Plate』
맛은 아주 멋지다. 맛이 없으면 우리는 활력을 잃는다. 맛은 생존의 힘이다. 맛이 없는 것은 무기력하고 우울을 야기하고 때로는 독성이나 상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맛은 인종과 인류를 관통하는 공통의 멋이다. 같은 재료라도 맛있게,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한 연구는 본능인 동시에 뛰어난 기술과 학문이다. 누구도 거부하지 않고 한 번 알게 되면 더 멋 부리게 되는 것이다.
맛을 향한 미학과 열정의 역사는 유구하고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생기발랄하고 신분을 뛰어넘게 만들며 체면을 내려놓게 만든다. 맛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입을 벌리고 그리 크지도 않은 혓바닥과 두 개의 자그마한 콧구멍으로 부지런하게 군다.
맛은 바르다. 열매가 맛이 없으면 덜 익거나 상한 것이다. 맛은 적당한 때와 좋은 것을 식별하게 한다. 맛이 덜하거나 지나치지 않으면 바르다. 건강한 것이다. 우리는 맛이 있는 것으로 미숙하거나 지나친 결실을 피할 수 있다.
맛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식욕, 먹는 재미를 잃은 사람은 충분히 영양분을 얻지 못하고 점점 쇠약해져 갈 것이다. 맛있는 것을 향한 열정은 삶을 명랑하게 살게 하는 힘을 가졌다. 명랑한 삶은 멋진 삶이다. 먹는 것으로 얻는 단순하고 순박한 멋은 명료한 행복과 긍정의 순간을 만들어 준다.
맛! '맛'은 세계 어느 언어보다 단호하고 확실하게 음식과 먹는 일에 대한 미학을 정의한다. Appetit, Taste, gusto, 味…. 다른 언어의 어감보다 가볍고 산뜻하게 느껴진다. 느낌표가 잘 어울려서, 맛이라는 단어조차 맛있다. 멋있다.
『맛 과 멋』은 내가 맛있게 먹은 일들에 대한 멋있는 순간의 기록이다. 글은 '맛'이라는 글자보다 슴슴하고 너무 익숙한 맛이라 감흥이 없을 수도 있지만 도리스 되리의 『미각의 번역The World on the Plate』을 읽은 후 맛에 대한 멋진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군침이 돌았다. 친한 친구에게 『미각의 번역』책을 안쪽에 나의 맛에 대한 멋진 순간을 짧게 적어 몇 편 동봉해 선물했다. 그리고 의외로 내가 먹는 일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과 요리사였던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은 맛에 대한 서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맛에 대해서 조금 더 밑불로 구워낸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는 멋진 식욕이 돋았다. 도리스 되리의 책에 대한 오마주일 수도 있고 또는 '맛'에 대한 인류 공통의 즐거움이 그저 내 입 안의 혓바닥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맛을 잘 알고 있고 맛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맛과 멋 쓰기는 그리 거창한 포부가 아니어도 된다.
외할아버지는 한식과 일식을 잘했고 평양에서 남으로 내려오면서 슴슴한 이북 맛을 가지고 내려와 가정을 꾸렸다. 외할머니는 횟집과 반찬 가게를, 외할아버지는 엿 사탕 공장을 꾸려서 엄마를 키웠다. 까탈스러운 입맛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엄마는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반찬을 싫어했다. 딱 한 끼, 또는 두 끼 먹을 만큼 갓 만든 반찬 올리는 것을 좋아했다. 나의 입맛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맛은 외할아버지와 고갯길을 넘어 시장에 가는 일과 제철에 나는 특산물에 빠삭한 식욕, 굽고 지지고 썰어내고 다져내는 손짓을 기껍게 했다. 이런 일은, 참으로 멋진 순간을 만들어서 나는 쓰지 않을 수가 없네, 이 맛있는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