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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LifeBGM 13화

LifeBGM | 흔들리는 자들을 위한 노래

Martin Tingvall - Dancing Trees

by Ggockdo


몽골의 선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군요. 그래서 춥네요." "그곳이 여기보다 더 춥지 않나요?" "기온은 춥지요. 하지만 바람이 이렇게 불지 않는 날도 많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춥다는 게 체감이 되지 않아서 가만히 서 있다 그대로 저체온증에 걸려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람 없는 추위는 무섭습니다."

어제와 오늘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몽골의 선교사는 6월의 바람을 느끼고 있을까요? 날이 제법 더워져 바람이 기분 좋게 흔들려 우수수 쓸려 나는 하늘의 소리를 들으며 그곳에서도 바람이 불기를 바랍니다.

바람이 불기를. 흔들리기를.


어떤 사람들은 바람이 멈추고 굳건히 흔들리지 않고 서기를 더욱더 많이 바라는데, 나는 거꾸로 바람이 불고 흔들리기를 바랍니다. 피부가 제 역할을 다해, 감각하고 체감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결국 흔들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는 흔들리는 것에서 생명을 봅니다. 플라스틱 모형 잎이라도 흔들거리고 있으면 꼭 살아있는 나무 같지요. 같은 원리로 죽어 있는 것들도 흔들리면 꼭 살아 있는 것 같아서 가끔은 무섭기도 합니다.


on Martin Tingvall - Dancing Tree


흔들린다는 말은 살아있다는 말입니다.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흔들리는 모든 것은 춤이 됩니다. 나는 이따금씩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이 둔해지면 함부로 몸을 흔들어 움직입니다. 산책하는 걸음만으로도 부족해지면 몸이 움직이는 것을 통해 생명을 느끼고 싶어서 춤추는 사람들 보러 가기도 합니다. 또는 춤추게 만드는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한 번은 한 무리를 사람들의 등짝을 멀리서 오랜 시간 찍은 적이 있습니다. 영상을 빠르게 돌리면 등짝은 은근한 움직임으로 서서히 흔들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스윙하며 다 같이 리듬을 타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흔들리는 방향으로 천천히 흔들거리는 사람들의 등짝을 보며 나직한 숲이 춤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흔들거리는 사람들의 조용한 생명의 신호, 살아있다는 말이 샘솟았습니다.


흔들린다는 말은 사랑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마음이 동요해 기뻐하고 슬퍼하고 웃고 운다는 뜻입니다. 나는 눈물을 잃어버린 자들과 웃음을 잃어버린 자들의 견고함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초원의 추위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울게 만들고 웃게 만드는 예술작품을 사랑합니다. 이 악물고 버텨 흔들리지 않기 위해 살아가가던 고단함을 흔들고 마음을 크게 흔드는 순간에 승복합니다. 흔드는 움직임에 굴복할 줄 아는 마음이 사랑할 수 있게 합니다. 그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매일 흔들리는 자들을 위해 나도 흔들려야겠습니다. 나를 위해 기뻐하고 슬퍼하고 또한 아파하기도 하는 자들과 나 같은 사람들이 한 데 모인 뻣뻣한 숲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을 일으키는 존재를 위해 흔들려야겠습니다.


흔들린다는 것은 뿌리가 깊다는 뜻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나무가 흔들려 춤추는 것을 봅니다. 적당한 유연함과 긴장감으로 흔들리는 가지 아래 단단한 몸통과 한 걸음도 내딛지 않는 뿌리를 봅니다. 흔들리는 힘은 서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춤추는 나무는 서있는 힘과 흔들리는 힘으로 춤춥니다. 그는 사라지지 않고 내 옆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나를 사랑합니다. 깊은 뿌리는 흔들리는 운동을 멈추지 않게 합니다.

뿌리 없는 것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바람에 쓸려 날아가 버립니다. 나는 날아가지 않고 계속 머물러 흔들리는 것들이 거기 있어서 불안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흔들리기 위해 발바닥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흔들림으로 바닥이 견고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흔들린다는 것은 모든 것과 잇대어 있다는 뜻입니다. 바람을 건네받는 것, 바람을 건네주는 것입니다. 마음 흔들려 너의 사연에 동요하고 측은함으로 누군가를 다시 쓰다듬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주고받으며 함께 흔들려 큰 소리를 냅니다. 흔들리는 소리를 일제히 외칩니다.

흔들린다는 것은 함께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혼자 오롯한 것보다 바람 타고 온 소식에 온몸 떨며 기뻐하기를 기꺼워한다는 말입니다. 오늘 웃음에 겨워 마구 흔들리는 어깨를 느껴 함께 웃겠다는 뜻입니다. 또한 생이 버거워 흐느끼는 어깨의 박동을 느끼겠다는 말입니다.


나는 마음이 흔들려 잠을 설치고 일어났습니다. 창 밖에서 유월의 온도를 알려주는 나뭇잎 색이 흔들리며 춤을 춥니다. 우리는 같이 흔들리기 때문에 내 마음을 건네받고. 초록이 흔들리면 나는 그의 춤을 건네받아 흔들렸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흔들려 같이 울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금 위로받습니다. 세상은 계속 흔들리고 흔들리는 움직임에 동요하는 모든 흔들리는 자들을 위해 모두 마음을 건네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됩니다. 가로수가 흔들려 노래합니다. 꽤 사랑스러운 하루가 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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