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 Klavier Sonata No. 18 -Schiff
나를 찾는 소식은 드물고 요란스럽지 않은 자태를 가졌습니다. 서두르지 않는 정중한 소식입니다. 눅눅한 장마철 이불에 누워 가만히 나를 찾는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내가 부른 적 없는 비소식이 오락가락하고, 당연하게 찾아오는 광인과 걸인 사이의 사생아인 지독한 계절 소식은 이렇게 선명한데, 나를 찾는 소식은 좀처럼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기다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딴섬처럼 기다리고만 있기는 싫습니다. 나는 누가 나를 찾는다는 소식이 필요합니다. 그리 간절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어디선가 나를 그리워하는 소식이 오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내는 입김이 고작 한숨이라도 그것에 두들겨 맞은 몸이 앓아내는 저녁에도, 한편에서 나를 찾는 소식이 있기를 바랍니다.
Andras Schiff - Schubert Klavier Sonata No. 18 in G major (ECM New classic)
기다리는 자의 심정을 잘 아는 마음이 짓는 음악이 있습니다. 기다림을 포기한 마음이 지은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늘 기다리는 자의 마음으로 짓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는 자기를 찾는 소식을 기다리는 자였을 것입니다. 괴테의 시와 뮐러의 시를 읽는 적막한 마음은, 쓸쓸한 어조로 울리는 가곡의 선율은 분명 '자기를 찾는 소식'을 기다리는 자의 마음이 아니면 지을 수 없는 것입니다.
간혹 어떤 이들은 그가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음악을 듣다 보면 그는 소심한 게 아니라 단지 기다리는 자였음을 알게 됩니다. 좀 더 음과 음 사이에서 기다리는 것, 감정이 오선지 안에서 충분히 깃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리고 불러주는/음을 실행해 주는 사람의 손을 기다리는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슈베르트가 출판한 마지막 소나타인 이 곡의 친필 악보는 대영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대영도서관은 23년, 해킹공격을 받은 뒤 여전히 복구 중이고 먼 곳에 사는 나는 영국의 날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디지털 자료를 볼 수 없습니다. 치지도 않을 악보를 보면서 행간을 듣던 것도 할 수 없어 오래된 스피커 앞에 눕습니다.
어쩌면 나를 찾는 소식도 불시에 당한 해킹 같은 사고를 당해 어디서 멈추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무슨 전할 수 없는 일에 휘말려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는 더 기다릴 것입니다. 나를 찾는 소식은 유약하기 짝이 없어서 고작 2Km의 거리의 베토벤을 찾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슈베르트가 오랫동안 산적한 마음으로 지은 소나타같이 은근할 것입니다.
낡은 스피커와 포르테 피아노의 소리는 그동안 서로 찾았던 것처럼 잘 어울립니다. 안드라스 쉬프가 연주한 포르테 피아노는 1820년에 비엔나에서 프란츠 브로드만Franz Brodmann이 만든 것이고 슈베르트는 이 곡을 1826년에 만들었습니다. 안드라스 쉬프는 프란츠의 피아노와 슈베르트가 서로 찾는 소식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쉬프가 어쩌다 프란츠의 피아노를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 피아노는 슈베르트의 소타나가 아주 천천히 쉬프에게 찾아가던 소식에 동봉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나는 운명을 믿는 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나를 찾는 운명 비슷한 것들의 소식이 어디에서 출발했다고 믿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소리로 밀려오고 있을 그 소식이 어느 나라 말로 쓰여있을지 모릅니다. 그것이 인연을 뜻하거나 행운을 반드시 뜻하지는 않더라도 분명 낭만적일 것이라는 예감만은 가지고 있습니다.
눅눅한 이불 위로 선풍기 바람을 쏟아냅니다. 연한 풍속의 바람이 섬유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섬세한 소리가 바스락거립니다. 나는 그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봅니다. 어디서 갑자기 닥쳐올지도 모를 연하고 은근한 울림이 나를 찾는 소식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비는 방 안에 내리지도 않는데 비가 문 밖에, 창 밖에 있다는 점을 느적 느적 전해주는 이 습기도 나를 찾는 소식인 것 같아, 가장 약한 풍속으로 습도를 달랩니다.
저녁 찬거리 소식이 옵니다. 국물이 있는 요리 식탁입니다. 아마 이 소식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소식에 동봉되어 있는 추신서 일 것입니다. 나를 찾는 소식이 쥐도 새도 모르게 도착했나 봅니다. 쉬프가 프란츠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슈베르트가 끝이 나고, 넓게 퍼지는 포르테 피아노의 여운이 사라지고 나니 연한 선풍기 바람 소리가 자잘거립니다. 저것도 나를 찾는 소식인가 봅니다. 조촐한 하루가 나를 찾다 저물어 갑니다.
*이 앨범은 2014년 7월, 본의 베토벤 하우스 Kammermusiksaal에서 녹음되었습니다.
*쉬프가 이 앨범에서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한 피아노는 프란츠 프로드만Franz Brodmann이 비엔나에서 1820년에 만든 것입니다. 포르테피아노는 현재 피아노의 전신으로 패달 및 현대 피아노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소리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