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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탄생10.

-책방의 얼굴 LIBRAIRIE

by noodle

우리에게 벽돌 건물은 정말이지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맨처음 보러갔던 초등학교 앞 다른 상가에서 월세를 깎아주지 않았던게 참으로 감사해요. 예산보다 비싼 월세에 망설이다가 여기를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닭도소매점이었던 이 상가의 벽돌은, 마치 의도한 것 마냥 어깨를 둥글리고 있었어요.

덕분에 오래된 간판만 떼어냈는데도 제법 많이 예뻐졌지요?

책방의 얼굴은, 벽돌 느낌을 한껏 살린 스텐실로 결정했습니다.

언니는 야심차게 직접 작업 해보자고 했지만, 워워 언니, 이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아. 부지런히 적당한 업체를 찾아 비행이 없는 날에 약속을 잡았습니다.

약속한 날에 날씨 예보가 좋지않아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먹구름은 조용히 지나갔고, 스텐실 간판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근사했습니다.

글씨 크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을 때 언니가 무조건 크게!를 외친 것도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하얗고 큼직한 LIBRAIRIE 글자는 두고두고 우리 책방의 예쁜 얼굴이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사다리를 놓고 하는 작업은, 전문가에게 위임하기로 합니다.

이제 굵직한 모습들은 제법 갖추어진 책방리브레리.

프랑스에서 주문한 책이 들어오고, 작은 부분들을 채워나가야합니다. 토글 스위치는 내가 가장 애정하는 책방의 소소한 부분입니다. 책방 오픈 막바지, 예산이 초과되고 있어 눈치가 보였던 나는 은근슬쩍 토글 스위치의 가격은 언니에겐 비밀로 넣어두었습니다. 책방에 출근해서 불을 켤때마다 달칵, 하는 그 경쾌한 느낌도, 나무판에 금색 동그란 얼굴을 하고있는 모양새도 비밀을 지킬 만한 가치가 충분했어요.

(좌)책방에 책이 들어올 때마다, 새삼 벅찬 마음이 듭니다. (우)애정하는 나의 금빛 토글스위치 특징 없는 일반 스위치와는 가격차이가 아주 많이 났지요.

이제, 대망의 오픈을 앞두고 있는 책방.

스케줄 근무를 하는 내가 주말에 쉬는 날을 선택해 오픈일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쉬는 날이 아니고 이스탄불에서 밤을 새고 돌아오는 날이었어요. 이미 40대에 들어선 나에게 꽤나 격한 스케줄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무렵 내 몸은 정직하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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