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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탄생11.

-책방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 23년 11월 25일

by noodle
눈 두덩이가 부어서 눈이 떠지질 않아요

아이를 낳아보기 전에, 출산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 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참 싫어했던 나에게,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은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모성애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포장하기엔, 몸은 너무 많이 아프고 망가지고 허물어져야 했습니다.


하나의 새로운 상점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은, (아직은 한 놈 밖에 겪지 못해 잘 알지 못합니다만) 감히 출산의 과정처럼 내 몸에 많은 무리를 남겼습니다.

부황의 흔적들

어느날 일어난 아침에는 눈이 부어올라 가라앉을 줄을 몰랐고, 손목이며 뼈가 아파 살면서 가본적 없던 한의원에서 부황을 떠야 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뚫은지 2년도 더 지난 피어싱이 부어올라 피가 흥건하게 흘렀고, 알맹이가 작은 귀걸이는 잔뜩 부어오른 귓볼 속에 파묻혀, 괴성을 지르며 손가락으로 뽑아내야 했습니다.


쉬지않고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사실 그 무렵 내 몸뚱아리는 꽤나 화가 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은 마흔이 넘어가면서 몸이 확 아프다던데, 아플 새도 없이 알아챌 틈도 없이 마구 쓰고 있었으니, 사실 화가 날 만도 하지요.





그 무렵 우연히, 회사에서 만난 사주 공부를 한다는 선배가 내 사주를 봐주었는데, 네 무대를 마음껏 펼쳐야 한다며, 그 때가 왔다고 했습니다. 내심 마음 속 가득히 두둥실 풍선을 불고있는데, 흠 동시에 두가지 일은 아닌데? 라며 갸우뚱해 했습니다. 투잡은 어렵다는 말에 조금 시무룩해졌지만, 별 수 있나요. 이미 출산이 임박했는 걸요.


2023년 11월 25일.

이스탄불에서 돌아오던 날, 이스탄불-인천 행 비행기의 도착 시간은 아침 9시 전후. 유니폼을 내던지고 달려가도 오픈 시간 11시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신력인지, 의무감인지, 즐거움인지 모를 무식함으로, 그렇게 책방 오픈식으로 내달렸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어정쩡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예정일을 앞두고 당혹스럽게 불쑥 얼굴을 내비춘 아기처럼, 하지만 모두의 환영과 사랑을 받으며, 그렇게 책방리브레리는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KakaoTalk_20231124_115406152.jpg 2023년 11월 24일, 가을 낙엽과 함께 동업자 언니가 이스탄불에서 돌아오고 있는 나에게 보내준 오픈 전날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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