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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생존기2.

-메리크리스마스, Joyeux Noel

by noodle

크리스마스는, 1년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날입니다. 서른이 넘어 세례를 받으며 세례명을 고민할 때에, 나를 너무 잘 아는 가족 같은 친구는, 고민없이 Noel을 추천 해주었습니다. Noel은 남성형 이름이고 Noella가 여성형 이름이라고 했지만, 그건 고민할 가치가 없었습니다. Noel은 무조건 Noel이어야 했으니까요.

지금도, 외국인 손님들이 탑승할 때면, 나는 내 소개를 할 때 세례명을 이야기 합니다. 내 이름은 Kim인데, Noel이라고 불러도 좋아. Noel은 내 세례명이거든.

어릴 적부터, 크리스마스가 그렇게 좋았습니다. 저작권이니 하는 이슈로 거리의 캐롤이 사라진 요즈음과는 달리, 내가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는, 온 거리가 캐롤로 가득했습니다. 공기마다 떠다니는 그 달뜬 분위기와,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 하얀 눈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가로등의 불빛,,,

크리스마스면 나는 어김 없이 명동의 거리로 뛰어나가 그 기분을 만끽하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 나의 아빠는, 꽤나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아빠와 언니와 나는, (아마도 엄마도 함께였겠지만, 왜인지 내 기억속 크리스마스는 아빠와 함께한 기억들로 가득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동백 나무에 트리를 만들곤 했습니다. 트리를 만들며, 아빠는 우리에게 달콤하게 속삭였습니다. 오늘밤, 너희들이 산타 할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가지고 접수를 하러 갈꺼야. 작년에는 아빠들이 줄을 너무 길게 서서 힘이 들었으니 올해엔 좀 더 서둘러 가야겠다. 라는, 언제 떠올려도 마음이 말랑말랑해져버리는 다정한 거짓말.


그래서인지, 내가 일곱살에 하늘로 가버린 내 다정한 아빠와 함께, 크리스마스는 영원히 소중하고 아련하게 내 마음 속에 박제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대된 손님들 이니셜을 설레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책방을 연 날은, 11월 25일. 계절이 한 참 겨울로 내달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우리는 한달이 채 되지 않아, 크리스마스를 맞이 했고, 당연하다는 듯, 크리스마스 와인 파티를 열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작은 서점에 사람들을 초대하기 위해, 언니가 알고있는 프랑스 관련 인플루언서를 두명이나 초청했습니다. 내가 잘 알지못하는 인플루언서의 세계였지만, 그들로 인해 활기가 가득해진 책방의 분위기가 내심 신기하고 설렜습니다.

오시기로 한 손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도장으로 찍어, 와인 글라스에 달아드렸습니다. 이런, 호스팅이야말로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을까요? 나는 늘 파티가 좋았습니다.

사람들을 초대하고, 예쁘게 셋팅해서 대접하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취하고 즐거워하는 축제의 분위기-공간, 사람들. 누가뭐래도 크리스마스는 빼놓을 수 없는 축제의 중심이니까,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요.


그렇게, 집이 아닌 공간에서, 나의 새로운 장소에서 낯선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습니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며 깊게 취했습니다.

나의 밤과, 당신의 밤은 그렇게 함께 어울리고 뒤섞여, 낯설게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오래도록 그 설렜던 첫날밤을 기억할 것 같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Joyeux No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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