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를 떠나는 여정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선다는 것은
여행자에게는 설렘이고,
청춘에게는 도전이며,
연인들에게는 희망이겠지만
나에게는 오직 두려움일 뿐이다.
부모도, 선배도, 친구도 심지어 가족조차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 길은 더욱 아득하게 느껴진다.
이제 겨우,
단단한 돌덩이를 깎아
나만의 조각품 하나를 만들어 놓고
하루하루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고 있지만,
가끔씩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불안과 그리움, 그리고 후회가
여전히 내 마음을 적신다.
오랜만에 친한 형과 동네 장어집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입담 좋은 사장님이 능숙한 솜씨로 장어를 노릇하게 구워주시다가 문득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셨다.
"민물장어와 연어의 차이를 아세요?"
순간 멈칫했다. 바닷장어, 소위 붕장어(일본어로 아나고) 정도야 알지만 민물장어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자 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놀려댔다.
"바닷가 출신이라면서 그것도 몰라?"
웃음 섞인 핀잔을 듣고 있는데, 사장님이 구수한 목소리로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민물장어는 평생 민물에서 살다가, 번식기가 되면 머나먼 깊은 바다로 가서 알을 낳아요. 참 신기하지 않아요?"
' 낯선 세상 어딘가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문득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익숙함을 떠나 더 깊고 아득한 바다를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민물장어의 본능과는 달리,
어쩌면 오히려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아픈 열병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완성했던 단단한 첫 번째 조각품을
다시 깎아내고, 부수며,
나는 천천히 두 번째 조각품을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