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잡고 있는 줄에서 손을 놓기 -
첫 이직을 시작으로, 세 번의 이직을 거치며 느끼고 충격을 받은 것들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충격은,
이직시 사인한 연봉 계약서의 조건 외 거의 모든 것들이 내가 들은 설명, 품었던 기대와 다를 것이라는
사실.
물론 이전 회사보다 잘 되어 있는 식당, 카페, 심지어 병원에 헬스장 등 사내 시설에 들떠서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익숙해져 있는 것들과 생활하는 첫 직장생활이 물 한병 들고 나아가는 하이킹
같은 느낌이라면, 이 모든 것들로부터 떨어진 하루하루는, 흡사 망원경과 나침반에 의존해 매일 내 위치를
점검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다소 거친 기상에서의 항해 같은 느낌이었다.
Yun: 갑자기 바람이 세지네요, 거기.. 줄 좀 잡아주세요!
모 직원: 그거는 Yun님 Role 아닌가요?
Yun: ???
직무 요건에서는 A 업무만 하면 된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정작 B, C를 맡은 직원들이 0.3~0.5인분을
하는 상황에 자연스레 당초 입사때 맡기로 했던 업무보다 더 많은 양을 떠안기도 하였다.
또는 면접 때만 해도 업무와 워라밸에 대해 일반적인 설명으로 말을 아끼시던 분들이, 입사 첫날 소위
'태세 변환'으로 '이거저거까지 모두 너의 업무다'라고 강압적으로 못을 박아 버리는 바람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의도치 않게 몸과 마음이 망가진 고난의 행군을 한 시기도 있었다.
결국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양한 사람들을 오랜 시간 겪어 적응한 첫 회사에 비하면 상당히
불안정하고 취약한 환경으로 뛰어드는 게 이직이고, 여기에 발을 들이고 싶다면 아래 질문들을
꼭 한 번 생각해보자.
첫 번째, 나는 지금 이직을 하는 게 맞을지 최소한 100번 생각해 보기
두 번째, 이직 후 약속된 부서 구성원과 업무 환경이 거짓이라 가정했을 때, 나는 대응할 수 있는가?
세 번째, 이직하고 회사나 부서 상황이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경우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위의 질문들은 실제 내가 4년간 겪었던 상황들에 대한 함축이고,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이 모두 "예"로
나온다면 그 때 실행에 옮기도록 하자. 그럼에도 전 회사가 그리운 상황은 분명 올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당연하게도 내 마음과 별개로, 내가 원하는 회사에서 나를 뽑을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N사의 공고는 대부분 이직이 그렇듯, 채용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었다.
N사의 가장 유명한 게임의 잔잔한 OST가 깔린 홈페이지에서 ID를 만들고, 퇴근 후 학력사항과 직장 경력,
지원 동기에 포부까지 하나하나 주의 깊게 채워나가고 정리하다보니, 대략 1주일이 소요되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서 상황은 나아진 게 없었고, 오히려 때때로 리더 이상분들은
소수의 직원들이 기존 업무를 커버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흰 소리만 더 하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했다.
이러한 현 직장에서 느끼는 부당함은 많은 경우 이직의 가장 좋은 연료가 되고, 나는 제출 기한이
꽤 남았음에도 '이 정도면 됐다'는 마음에 지원서 제출을 하였다. 지원서 제출 이후에는 약간의 초조함과
혹시나 하는 기대가 공존하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