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허리가 아파요."
"전엔 멀쩡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까 목이 안 돌아가요."
피트니스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몸이 갑자기 망가진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몸은 절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무너지고 있었던 거다. 다만 우리가 그걸 몰랐을 뿐이다.
몸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해간다. 자세가 흐트러지고, 움직임이 줄고, 한쪽만 쓰는 습관이 쌓이면서 점점 무너진다. 하지만 그런 변화 하나하나가 곧바로 통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는 ‘통증 역치’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통증은 역치를 넘어서야만 그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통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몸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직장인이 있다고 해보자. 처음엔 단순히 어깨가 무거운 느낌이었을 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프지 않은 어깨의 팔만 사용하게 되고 앉는 자세는 조금씩 삐뚤어진다. 어깨는 점점 더 앞으로 말리고, 등이 구부정해진다. 그런데도 통증이 없으니 ‘괜찮다’고 여긴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어느 날 아침, 도무지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심한 담에 걸린다. 그제야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그때 이미 몸은 여러 겹의 문제로 꼬여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 ‘통증 역치’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몸이 거의 망가진 상태가 돼서야 통증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아주 작은 변화만 생겨도 불편함을 바로 감지한다. 예를 들어, 요가를 오래 해온 사람들은 몸의 변화를 금방 알아차린다. 평소와 다른 긴장, 근육의 묘한 당김, 균형이 안 맞는 느낌에 민감하다. 반면 평소 몸을 잘 안 쓰는 사람들은 이미 몸이 꽤 무너진 상태여도 “괜찮아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누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통증이 오기 전에 몸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
그 감각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내 몸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뻣뻣한 느낌은 없는지, 앉아 있을 때 골반이 한쪽으로 쏠리는 건 아닌지, 걸을 때 양쪽 발이 균형 있게 닿고 있는지… 사소한 감각에 집중하는 습관이, 결국 큰 문제를 막는다.
실제로 회원님 중 한 명은, 늘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릎이 아니라 골반의 기울어짐이었다. 다리를 꼬는 습관, 한쪽으로 체중을 싣는 버릇이 오래 누적되면서 무릎이 보상 작용을 하다가 결국 통증이 생긴 것이다. 그 원인을 찾기 전까지는 아무리 무릎을 치료해도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몸은 절대 갑자기 망가지지 않는다. 그냥, 우리가 그 신호를 너무 오래 외면해왔을 뿐이다. 몸은 계속 말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듣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내 몸은 조용히 망가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모르는 척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