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투자자가 될 것인가
지난번 글에서 LP와 GP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번 글에서는 직장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LP와 GP에 대해 설명하겠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내용이다. 참고로 나는 한국에서는 GP만 다녀봤고 미국에서는 LP만 다녔기 때문에,
내가 느낀 것들이 GP와 LP 간의 차이가 아닌 나라의 차이, 문화의 차이, 회사의 차이일 수 있다.
재미로만 봐줬으면 좋겠다. (제발)
GP는 어떤 투자를 할지 고민하고,
LP는 어느 GP에게 투자할지 고민한다.
GP는 개별 딜을 본다. (딜은 투자처를 말한다.)
우리가 투자를 한다고 생각할 때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장조사, 리스크분석, 수익률분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GP는 해당 투자 건에 투자할지 투자의견을 내려야 하고, 이를 위해 시장 조사, 보고자료 작성, 엑셀 모델링 등이 요구된다.
또한, LP와 달리 투자를 위한 투자 유치 업무를 한다.
GP들끼리 투자 유치를 위한 경쟁을 하고
GP 내에 그 역할을 IR (Investor Relations)라고 부른다. (회사마다 명칭은 다를 수 있다.)
정리하자면, GP는 돈을 가져와 딜에 투자하는 일을 한다.
장점
각 딜에 대한 고민을 하기 때문에 투자 관련 업무 능력 향상하기 좋다.
진정한 의미의 투자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딜에 대한 이해도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단점
돈과 딜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적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돈은 LP로부터 받아야 하고 딜은 시장에서 얻어야 한다.)
LP는 더 광범위하게 시작한다.
상장 주식(Public Markets), 채권, 부동산, 비상장 주식(Private Equity) 등
다양한 투자처 중에서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 정한다.
회사 내에 이를 위한 전문 팀이 있으며,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SAA (Strategic Asset Allocation)이라 부른다.
그리고 어디에 투자할지 정하면,
그 투자처 안에서 가장 능력 있는 GP를 찾는다.
어느 GP와 파트너십을 맺을지 찾기 위해
GP와 많은 대화를 통해 그들의 전략과 생각을 듣는다.
GP는 본인들의 전략과 견해, 그리고 어디에 투자하고 싶은지 설명한다.
LP는 개별 투자 건도 고려하지만,
더 광범위하게 전반적인 전략과, 돈을 맡길 수 있는 GP 일지 고민한다.
LP는 사실상 딜에 투자한다기보다는 GP에 투자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GP만큼 개별 딜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을 수밖에 없다.
대신, LP의 업무는 보다 관계지향적이다.
매니저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전략이나 시장에 대한 이해에 대해 듣고
본인들의 생각과 얼마나 같은 방향일지 고민한다.
(Alignment 라고도 하며, 하버드 MBA PE에서 수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이 단어일 것이다.)
장점
세계 각지의 펀드매니저(GP)들이 과외를 해준다.
깊이 공부하기는 어렵겠지만 넓게, 다양한 딜들을 볼 수 있다.
단점
깊이나 전문성이 GP에 비해서는 약할 수밖에 없다.
자칫, "Jack of all trades, master of none" 이 될 수 있다.
평생직장은 없다.
GP든 LP든 다른 쪽으로 이직하고 싶은 순간이 올 수 있다.
GP
Exit 전략이 다양하다.
GP에서 LP로 이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반대 케이스보다는 자주 보이는 것 같다.
LP
LP에서 GP로 가는 것은 반대 경우보다 힘들다.
GP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LP의 전문지식이 부족하다고 업계가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LP에서 GP로 가는 경우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우들이 많다.
기존에 본인이 다니던 LP로부터 자금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받았거나,
LP로 일하면서 얻은 다른 LP 네트워크망을 통해
GP IR 팀으로 가는 경우는 종종 보이는 것 같다.
워라밸과 기업문화가 일반화하기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 비교하자면 아래와 같다.
업무 강도는 GP가 더 강하다.
그리고 투자 유치 및 딜 발굴 모두 위해 세일즈를 해야 하는 성격도 있다.
다른 GP들과의 무한 경쟁에 따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더 치열할 수 있다.
스트레스받으며 박진감 넘치게 투자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금융인 (Finance Bro)’의 느낌이 있는 것 같다. (멋있기도 하고 간혹 재수 없다.)
반대로 LP는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세일즈 성격이 약해 회사 밖의 사람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적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평균 재직 기간이 더 길고,
소위 말하는 고인물들이 생겨서 그런지
회사 안의 사람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LP는 약간 공무원 같은 느낌이다.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며, 이 또한 케이스바이케이스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GP들이 소득이 더 높다.
LP와 GP의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 때문이다.
파트너십을 통해 하나의 딜에 투자했다고 하자.
투자를 성공적으로 하여 목표 수익률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경우, GP의 뛰어난 투자 능력을 통한 성과로 간주하여 목표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투자금액 대비 GP가 많이 가져간다.
쉽게 말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이후에는,
투자수익률이 높아질수록 GP의 수익률이 LP 보다 빠르게 올라간다. (몰라도 된다.)
그리고 이러한 회사의 수익 구조는 직원들의 월급 정책에도 어느 정도 반영된다.
LP가 안정적으로 적당한 월급 받는 직장인이라면,
GP는 한만큼 가져가는 사업가 같은 이미지다.
정답은 없다.
박진감 넘치게 투자하고,
스트레스는 받지만 투자 성공으로 큰 성과급도 받고 인정도 받는 것이 목표면 GP를 추천할 것 같다.
일하면서 배우는 것들을 토대로 인정받아 더 좋은 GP로 이동도 자유롭고 LP로도 갈 수 있다.
대신 투자 실패, 투자 유치 실패 등에 대한 스트레스도 감내해야 한다.
반대로, 본인은 조금 더 여유롭게 워라밸 지키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가고 싶은 호기심이 있다면 LP가 좋은 것 같다.
투자한 GP가 성과를 못 내면 실적 압박을 느낄 수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GP에게 분산 투자를 한다. 모든 GP들이 성과를 못 내면 시장 탓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고민들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나도 그랬고,
그냥 불러주는 곳에 ‘감사합니다‘ 하고 가는 거다.
그렇지만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면,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오답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