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
두 번째로 정리한 내 예쁜 쓰레기는 가방이었다.
이건 옷보다 개당 가격이 더 비쌌으니
예쁘고 비싼 쓰레기였다. -_-
내가 가지고 있던 명품 가방은
구찌, 프라다, 루이뷔통, 클로에, 보테가 등 대략 10개.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꾸준히 모았으니,
거의 매년 한 개씩 샀던 셈이다.
하지만 유행이 지난 명품 가방을 리폼하는데도
추가로 수십만 원씩 든다는 사실을 알고,
과연 이 가방들을 계속 들고 다닐지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대부분의 가방을 중고 명품샵에 팔았고,
그중 가장 편하고 가볍고 앞으로도 계속 들고 다닐만한,
한 개의 가방만 남겼다.
그렇게 비싸게 샀던 가방들이 중고로 팔때는
지불한 가격의 1/3 정도밖에 안 된다는 현실도 알고서는
이런 소비를 계속한다는 것은
정서적인 만족감도, 경제적인 이득도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옷과 가방을 정리하고 나니,
주방 기구, 욕실 용품, 신발 등.
다른 물건들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하여
소비를 통제할 수 있었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은 종종
"집에 물건이 별로 없네요?"라는 말을 많이들 하신다.
내가 평소 입는 옷이나, 들도 다니는 가방 등의 모습을 아니까
막연히 물건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집에 와 보면 생각보다 물건이 없다고 한다.
물론, 내가 물건을 잘 숨겨(?) 놓은 것도 있지만,
사실 집에 물건이 많지 않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이 작을수록
집안 전체에 흐르는 기운과 공기가 가볍고 상쾌하다.
물건이 많지만 그것을 잘 숨겨서 보이지 않게 보관하는 것과,
집안에 물건 자체가 별로 없는 것은 그 공기부터가 다르다.
우리 집이 그러하다.
공간을 정리하고 소비를 통제하는 것이 가져다준 평화로움은,
물건뿐만 아니라 내 삶의 여러 측면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불필요한 물건 때문에 겪는 시각적으로나 심리적 부담감이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한 정신적 여유가 생기게 된 것이다.
나는 비로소 내 공간에서 오는 평온함을 찾게 된 것이다.
무언가를 쌓아두는 대신
비어있는 여유공간을 두는 것은
집안의 공기 순환과 에너지 흐름을
더 원활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덕분에 나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꽤 편안하고 쾌적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렇게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편하니까
집에 오래 머물게 되고, 집 밖에 나가는 일도 의도적으로 줄이게 된다.
또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느는 만큼, 나가서 쓰는 돈도 그만큼 줄어든다.
집 나가면 다 돈이다.
경제적 여유가 서서히.. 저절로..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니까 희한하게도 소비통제력은 더 강해진다.
이렇게 갖게 된 소비 통제력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건과 소비를 조절하면서 얻게 된 만족감은
나의 삶을 스스로 더 잘 통제하고 있다는
강하고 든든한 느낌을 주는것이다.
이 작은 변화들을 어서 여러분도 경험했으면 한다.
이제 예쁜 쓰레기를 소중한 내 돈 주고 사는 일은 그만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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