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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인연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아쉬움, 그리고 영원한 우정

by 시절청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이자 우리의 삶에 늘 존재하는 현실이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특별히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과의 이별은 왜 이렇게 빨리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는 내가 스스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어제는 새로 온 사람들과 곧 떠날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물론, 내 곁에 영원히 남아 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있을 수도 있겠지. 가끔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자꾸만 울적해졌다. 아쉬움이 밀려와 평소와 달리 과음을 하게 되었나 보다.



처음에는 후배로 시작했지만, 중간에 직급이 올라 상급자가 되었고, 이제는 나의 든든한 친구이자 동료처럼 지낸 동생이 곧 떠나게 되었다.


이 친구와의 인연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특별한 관계다.


우연히 같은 업무를 하다 보니 함께 교육을 받게 되었고, 그곳에서 이 친구는 나의 말이 기억에 남아 나를 좋아했다고 한다.


"어차피 도와줘야 하는 것인데, 기분 좋게 도와주면 되지, 굳이 힘주며 비싸게 굴 필요가 있을까? 우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잖아."


당시 우리가 맡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갑질'이 만연했었기에, 나의 말이 신선하게 들렸고 그런 모습이 너무 좋게 보였다고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친구도 정말 특별했다.


강릉에 살고 있을 때, 내가 가족 여행을 가려는데 숙소가 마땅치 않아 그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다.


그는 숙소를 알아보더니 죄송하다고 연락하며 뜻밖의 제안을 했다.


"선배님, 저희 집에 가서 주무세요. 어차피 그날은 집에 아무도 없어요. 비밀번호 알려드릴 테니 주무시고 가셔도 됩니다. 제 아내에게는 말해 두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마음만 받겠다고 했지만, 아내와 이야기하니 아내마저도 놀라워했다. 자신의 집이 비어 있으니 와서 자고 가라고 하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지금도 아내는 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강릉에 집 비워준다고 했던 친구"라고 하면 바로 알아듣는다.


그때는 교육받으면서 처음 본 것이었고 가끔 통화만 했을 뿐인데, 그렇게 말해주는 것을 보고 참 따뜻하고 선한 친구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후 이 친구는 승급하여 나보다 높은 직급이 되었고, 자연스레 연락할 일이 없다가 3년 전쯤 내가 이곳으로 발령을 오면서 다시 만나 근무하게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내가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그런 나를 험담하고 헐뜯는 사람들에게

"그럴 사람이 아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분명히 오해가 있는 것일 거다." 라며 얘기도 했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 준 친구이다. 내가 모든 문제에서 벗어나 이곳으로 온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했었다고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내가 놓치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친구이자 동료 또는 후배로 조언자의 역할을 해 주고 있다.


그런 친구가 이제 다음 달 중순 이전에 떠난다고 생각하니, 어제는 마음이 유독 무거워졌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느낌이 들어 과하게 술을 마시게 되었다.



사람의 인연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지만, 좋은 사람들과는 그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는 그런 날이었다.




이별이란, 헤어짐이 아닌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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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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