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림에 대하여
저에게는 한 가지 로망이 있었습니다.
캠핑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국을 다니면서 괜찮은 장소를 만나면 그대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그런 로망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캠핑을 좋아하거나 야외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건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로망을 실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내가 절대 그럴 마음이 없다고 하거든요.
아내는 단호합니다.
"여행은 다니되, 잠은 푹신하고 따뜻한 곳에서, 온수가 펑펑 나오는 곳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
한마디로 노숙을 하기는 싫다는 입장입니다.
워낙 강경하니 어쩌겠습니까?
아내를 바꾸거나, 여행 가는 사람만 따로 사귈 수도 없으니, 따라야죠.
지금 저는 평상 위에다가 텐트를 쳐놓고, 엎드려서 글을 적고 있습니다.
빗소리를 듣고, 물 흘러가는 소리,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요.
그냥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듣고 있습니다.
처갓집이 시골에 있으니, 아직 이런 운치를 느낄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비가 와서 생긴 여유가 한몫하기도 합니다.
명절이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오늘 같은 한가로움이 그렇게 흔한 풍경은 아니었으니까요.
비 내리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참 낭만적이긴 합니다.
장인어른은 이제 이곳에서 같이 살자고 하십니다.
같이 캠핑도 하고, 놀러도 다니면서 유유자적하며 살자고 하십니다.
경제적으로 많은 돈도 필요 없다고 하시면서요.
감사하지요.
저 혼자 남았다는 사실에 더더욱 챙겨주고 싶어 하시는 마음으로 다가오니까요.
그럼에도, 사양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저는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살아야 하거든요.
게다가, 저는 아직 한참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단계라 벌써부터 시골에서 한가로이 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물론, 제가 한량이 목표이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거든요.
제가 만약 작가로 성공하거나 해서 전문적으로 글만 적어야 한다면, 시골에서 사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일이 좋고, 사람들이 한참 그리운 나이라서 도시에 더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마음만 감사히 받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가을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네요.
비를 맞고 놀고 있던 강아지들도 비를 피해 자기 집으로 들어가 조용히 잠을 청하고 있네요.
가족들도 다들 집안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고요.
이 호사로움을 누릴 수 있을 때 저도 누려야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로망은 현실의 벽에 막혀 포기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낭만은 언제나 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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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구글 이마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