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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노래

노래로 시작하는 이야기 1

by 시절청춘

내가 어릴 적 가장 자주 들었던 노래는 가수 '조미미'씨의 노래였다.


그중에서도 〈바다가 육지라면〉, 〈단골손님〉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난다.


국민학교 저학년, 아니면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귀에 익숙했던 노래들이다.



어머니는 그 노래를 자주 흥얼거리셨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울려 나오던 노래를 따라 부르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노래를 좋아하는 성향은 어쩌면 어머니를 닮은 유전이었는지도 모른다.


누나도 합창부 활동을 했고, 나 역시 목소리나 발성이 문제였을 뿐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아들은 가수를 꿈꾸고 있으니까.




어머니는 다른 가수의 노래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 한 장의 가요테이프만 닳도록 들으셨다.


그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였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때 나는 그 테이프를 다시 사드렸다.


하지만 그때의 어머니는 그리 자주 듣지 않으셨다.


대신, 불경 테이프를 자주 들으셨다.



그 시절 왜 그렇게 조조미씨의 노래만 들으셨을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알 것 같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계셨던 것이다.




어머니는 나를 마흔한 살에 낳으셨다.


내가 초등학교 2, 3학년쯤 될 때까지 아버지는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고, 그때쯤 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그 시대의 표현으로 ‘첩’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불륜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그런 관계도 하나의 현실이었고, 어머니는 그 안에서 조용히 살아가셨다.



아버지가 집으로 오고 나서, 한 번씩 아버지한테 놀러 가면 계셨던 형들의 어머니를 ‘큰어머니’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 말의 의미를 몰랐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부르라고 하셨다.


이제야 그 모든 상황이 이해된다.




아버지의 본가는 섬에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바다가 육지라면〉을 들으며 아버지를 떠올리셨을 것이다.



그리고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그 사람을 기다리며 〈단골손님〉을 들으셨을 것이다.


지금 가사를 다시 읽어보면, 그때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는 그 노래를 좋아하셨던 어머니를 위해 테이프를 다시 사드렸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는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움이 깃든 노래를, 정작 그리움의 대상이 곁에 있을 때 듣는다는 게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었을까.




결국, 노래로 시작된 이 글의 첫 번째 주제는 ‘어머니’가 되었다.


글을 쓰다 보니,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 시대가 만들어낸 숙명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나는 다시 그 노래를 들으며,
그때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 한다.



그리움의 세월은 지나간 노래처럼, 이해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새롭게 들려온다.


[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나노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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