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비의 공간, 교태전(1)
전편 보기 : 우리가 몰랐던 왕과 왕비의 이야기- 강녕전(2)
올해 봄, 경복궁에서 가장 Hot했던 곳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바로 왕비의 공간인 교태전인데요.
왜 Hot했었는지 궁금하시죠?
지난 5월 8일부터 6월 27일까지 매주 수~금요일에 내부를 특별 개방했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왕비의 공간이 궁금하셨던 분들은 직접 조선시대 왕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교태전은 1392년 경복궁이 창건된 후, 세종시기인 144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강녕전과 마찬가지로 1917년 창덕궁에 큰 불이 나면서 창덕궁의 중궁전인 대조전이 타버리자 경복궁에 있는 교태전을 해체해서 옮겨가 대조전을 짓는 데 사용했습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보고 계신 건물은 1995년에 새로 복원된 것이고, 올해가 바로 복원 30주년으로 교태전 특별관람 기회를 마련한 거죠.
비단이나 종이에 그린 뒤 벽에 붙이는 벽화를 부벽화라고 하는데요. 이번 교태전 특별개방에 맞추어 부벽화 모사도도 전시할 뿐만 아니라, 교태전 내부에 옛 모습을 재현하여 공예품도 전시했습니다. 대청, 온돌방, 회랑을 따라 왕비의 삶을 느껴볼 수가 있었죠.
아니나 다를까, 이 소식을 듣고 바로 예약을 시도해 봤는데, 평일인데도 6월 말까지 모두 예약이 마감되어 있었습니다. 날씨 좋은 봄날, 왕비의 삶을 함께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저도 여러 번 시도 끝에 결국 예약에 성공해서 다녀왔습니다.
자, 그럼 혹시라도 교태전에 다녀오실 분들을 위해서, 또 조선시대 왕비의 공간과 삶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교태전에 얽힌 이야기들을 시작하겠습니다!
교태전은 왕비의 공간, 중전(中殿), 중궁전(中宮殿)이라고도 하고, 위치상으로 궁궐에서도 가장 깊숙한 부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교태전은 경복궁을 처음 만들 때에는 없었고, 나중에 세종 때 추가로 지어진 건물인데요. 그래서 교태전의 첫 주인공인 된 사람이 바로 세종의 비였던 소헌왕후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소헌왕후는 많은 자식을 낳았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던 다이내믹한 인생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해설을 시작하면서 “여기는 교태전입니다”라고 했더니 관람객들이 갑자기 여기저기서 눈치를 보며 웃는 소리가 들리네요.
네. 여러분들께서 왜 웃으시는지 압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교태(嬌態)가 아니에요. 왕비가 왕에게 교태를 부린다 할 때 그 교태가 아닙니다.
교태전(交泰殿)! 교태는 주역에서 비롯된 이름인데요. 가운데 글자인 泰괘는 주역의 64괘 중 하나로 건(乾) 괘가 아래에, 곤(坤) 괘가 위에 놓인 것입니다. 건은 양, 하늘을, 곤은 음과 땅을 상징하는데요. 이런 성질들이 사귈 교(交)를 통해 잘 어우러진다는 의미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정리하자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잘 통한다. 이를 궁궐에 접목시키면, 왕과 왕비가 잘 화합하고 조화를 이루기를 바란다는 의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 문제! 센스가 있는 분들께서는 강녕전과 교태전의 위쪽을 보시면 공통점을 발견하실 수 있을 텐데요. 궁궐의 다른 전각에는 있지만 왕과 왕비의 침소인 강녕전과 교태전에는 없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용마루입니다. 용마루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요, 가장 설득력 있게 회자되는 의견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용마루는 지붕 꼭대기에서 볼 수 있는데요. 앞쪽 지붕면과 뒤쪽 지붕면이 서로 만나는 맨 꼭대기에 길게 모양을 낸 것이 바로 용마루입니다. 강녕전과 교태전의 지붕은 용마루가 없이 八자 기와로 되어있습니다.
강녕전과 교태전은 왕과 왕비가 주무시는 공간이고, 용은 왕을 상징한다고 하죠. 용으로 표현되는 왕이 왕비와 함께 왕실의 대를 이을 용을 생산하는 곳이 바로 이곳인 거죠. 용마루가 있으면 용이 둘이 된다는 이유로 용마루를 두지 않았다고도 하고, 용이 왕과 왕비의 잠자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여, 많은 자식을 낳으라는 의미도 있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전각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이야기들이 참 많죠?
그러나 교태전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교태전은 앞모습도 멋지지만, 뒤로 가면 더 멋진 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저희는 교태전의 뒤쪽으로 이동해서 산(?!)도 보고, 왕비의 삶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