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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 왕비를 위한 산이 있다?!

- 왕비의 공간, 교태전(2)

by Twinkle


전편 둘러보기 : 올봄, 경복궁에서 가장 Hot한 곳, 왕비의 공간, 교태전(1)


교태전 뒤쪽으로 오니 느낌이 또 새롭죠?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산이 있어서 더욱 그런 듯합니다.

아무리 봐도 산은 없는 것 같은데, 산이 어디 있냐고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KakaoTalk_20250512_101229305_02.jpg <왕비를 위해 교태전 뒤쪽에 만든 아미산,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교태전 뒤편의 꽃계단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봄이 오기 전 찍은 사진이라 허전(?!)하게 보이실 수도 있지만, 계절마다 이곳은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데요. 봄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반기고, 여름에는 푸른 녹음이, 그리고 가을에는 단풍과 함께 은은한 가을햇살이, 겨울에는 하얀 눈이 이곳을 더욱 아름답게 만듭니다.


이 산의 이름은 아미산(蛾眉山, 峨嵋山)인데요. 궁궐 내에서도 왕비가 머무는 곳은 매우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풍수지리적으로도 중요하고요. 백두산으로부터 시작된 좋은 기운이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북한산, 그리고 백악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교태전 바로 뒤에 있는 아미산에 이르죠. 중요한 자리에 바로 교태전이 있는 겁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왕과 왕비가 함께 머물면서 나중에는 세자가 태어나다 보니 이런 좋은 기운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미산이란 이름은 중국에서 아름답고 신비하다는 산의 이름을 빌려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잘 보시면 여기에 보물로 지정된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미산 굴뚝인데요. 굴뚝을 자세히 볼까요?



교태전 굴뚝.jpg <보물로 지정된 교태전 굴뚝 중 하나>

굴뚝을 보면, 우선 귀신의 얼굴인 귀면(鬼面)이 눈에 띄는데요. 귀면은 잡귀를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미가 있고, 불가사리의 경우 쇠나 불을 먹고 산다고 믿었기에 화재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해집니다. 중간 부분에는 우리가 미술시간에 배웠던 매난국죽, 즉 사군자와 모란 등이 있고요. 그리고 하단에는 박쥐와 불가사리가 있는데요. 박쥐는 한자로 편복(蝙蝠)이라고 하는데, 福과 발음이 같아서 좋게 여겼고요. 불가사리 같은 경우도 벽사의 의미가 있어서 굴뚝에 이렇게 함께 새겼습니다.


아미산 굴뚝은 건물에 바로 붙어 있지 않고 조금 떨어져 있는데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굴뚝도 잘 만들어서 화재를 방지하는 용도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아미산은 크지는 않지만, 알차게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낙하담(落霞潭)이라고 해서 ‘노을이 떨어지는 연못’이라는 의미의 작은 연못도 있고요. 함월지, 즉 ‘달을 머금은 호수’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름 또한 시적으로 정말 잘 지었죠?


경회루는 사실 인공연못이었는데, 연못에서 파낸 흙을 여기에 쌓아 아미산을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사실 왕비는 한 번 궁궐에 들어오면,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교태전 뒤쪽에 아미산을 만든 것은 치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롭게 궁궐에서 생활하는 왕비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왕비는 아미산을 보면서, 어떤 생각에 잠겼을까요...




다음 편에는, 과연 왕비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궁궐에서 지냈을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곧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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