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같은 별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그 사람과 마주치는 날엔 하늘에 별이 많았다.
처음 본 건 여름이 끝나가던 8월의 밤이었다. 나는 오래된 서점에서 낡은 소설책을 한 권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내 책을 힐끗 보며 말했다.
"좋은 책이에요. 특히 마지막 문장이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는 얇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끝으로 서가를 짚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닿은 곳에는 내가 방금 집어 든 책의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요."
그는 가만히 나를 보더니 작게 웃었다.
"그럼 마지막 문장은 직접 확인해 보세요. 아마 마음에 들 거예요."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우리는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나는 그를 종종 마주쳤다.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심지어 버스 정류장에서까지. 마치 어떤 이야기의 장면들처럼 우연이 겹쳤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날에는 하늘에 별이 많았다.
그와 나 사이에는 이상한 공기가 흘렀다.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지막 만남이었다는 걸 몰랐던 그날.
"만약 우리가 책 속 이야기라면, 이 장면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가 문득 말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음… 아마도, 운명 같은 거?"
그는 작게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날 밤도 별이 많았다.
"그렇다면, 우리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은 뭘까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몇 개월이 지나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나는 그 책을 다시 펼쳤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우리는 같은 별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마주쳤던 모든 순간이, 같은 별을 보고 있던 시간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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