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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의 소리 세상

동화

by 인산

“아이 조용히 해. 저기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어휴 세상은 너무 시끄러워.”


코코 애벌레는 투덜댔어요. 모든 소리가 못마땅했어요. 형제들이 코코에게 속삭였어요.


“그렇게 말하면 못 써.”

“그런 게 어딨어. 여보세요. 저 좀 자야 되거든요. 계속 이야기할 거면 다른 데 가서 하세요. 에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진짜 조용한 데서 살고 싶어.”


배가 고파진 코코는 싱싱하고 푸릇푸릇한 배춧잎을 먹기 시작했어요.


“사각사각사각사각”

“어휴 이것도 소리가 나네. 소리 없이 먹을 수는 없을까? 한 점의 소리도 없는 완전한 식사.... 이런 식사를 하고 싶다고. 하지만 세상엔 소리로 가득 차 있어.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자는 것도 언제든지 소리가 난단 말이야. 참을 수가 없어. 누가 나에게 소원을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소리 없는 세상이라고 할 거야.”


그때 하얀 나비가 너울거리며 날아갔어요.


“참 예쁘네. 날아가는 모습도 예쁘지만 정말 조용해. 나도 저런 나비가 되었으면.”

“넌 우리랑 말하는 것도 귀찮지?”


나비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는 코코에게 형제 애벌레가 말했어요. 코코는 곧바로 대꾸하진 않았지만 솔직히 조금은 귀찮았어요.


“누가 귀찮데. 조용한 게 좋다고 했지.”

“소리 없는 세상은 사막보다도 삭막할걸. 바람소리를 들어봐. 별들의 속삭임, 물방울이 톡톡 튀는 소리, 기지개 켜는 소리, 엉겅퀴 꽃이 피어나는 소리.”

“칫! 소리라면 난 무조건 싫어. 차라리 삭막한 게 좋다고.”


그때 요정이 코코의 말을 들었어요.


“넌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소리? 당연하죠.”

“형제들은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에이 그냥 하는 말이에요. 언젠가 커다란 나무도 쓰러지는 엄청난 바람이 불었을 때 다들 소리가 무섭다고 했거든요.”

“아름다운 소리도 있지 않을까...”

“칫! 아름답기는... 난 잠깐이라도 소리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요.”

“정말?”

“그럼요. 소리가 없다면 너무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내 소원은 소리 없는 세상에서 사는 거에요.”


요정이 미소 지으며 코코의 코앞에 호 하고 입김을 불었어요. 그러자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졌어요. 모든 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어라! 조용하네.”


코코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와 신기하다 신기해. 이젠 다리를 쭉 뻗고 실컷 잘 수 있겠어.”


코코는 널따란 잎을 골라 허리를 곧게 펴고 누웠어요. 잎이 살랑거리며 코코를 흔들어댔어요.


“뭐야! 바람이 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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