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동글동글한 양파는 언뜻 단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양파는 무르기 쉬워요. 양파의 껍질은 겉을 싸고 있는 얇은 막에 불과하죠. 얇은 막을 살짝 걷어 내면 양파의 하얀 속살이 금방 드러납니다. 마늘은 몇 겹이나 껍질로 둘러싸여 있고, 생강은 매운맛으로 자신을 지켜요. 무는 단단함으로, 당근은 붉은색으로 자신을 뽐냅니다.
양파는 이런 자기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겉을 감싼 껍질은 너무 얇고, 벗겨내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거든요. 사람들이 ‘양파 껍질 벗기기’라는 말을 쓰며, 속이 없는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하루는 파뿌리가 양파를 놀려댔어요.
“우린 흰 수염도 있고 매운맛도 있지. 이제부턴 나보고 형님이라고 해.”
양파는 “우리도 매운데!” 하고 소리쳤지만, 파뿌리의 놀림에 마음이 아팠어요.
양파와 파가 나란히 조리대에 올랐어요. 파는 흰 수염을 흩날리며 잘난 체했지만, 엄마의 손길에 멋있던 수염이 싹둑 잘려 나갔죠. 그때, 옆에 있던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저건 왜 잘라 내요?”
“우리가 먹는 건 수염이 아니란다.”
그 말을 들은 양파는 자기도 저렇게 잘려 나갈까 봐 잔뜩 겁에 질렸어요. 그런데 엄마가 말했어요.
“양파는 뿌리째 다 먹지. 사실 양파는 전체가 다 알맹이야. 그래서 껍질이랄 것도 없지. 그리고 얼마나 매운데, 양파를 썰 땐 눈물이 저절로 난단다. 저리 좀 떨어져 있자. 지금 양파를 썰 거니까.”
그 순간, 양파는 깨달았어요. 자신이 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요. 번지르르한 껍질은 없지만, 모든 것이 속으로 꽉 차 있었던 거예요. 양파는 자신이 참으로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나한테 손대면... 눈물을 흘리게 될걸?”
하얀 양파는 빙그레 웃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발견한 기쁨의 눈물이었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어머나, 이번 양파는 참 좋다. 즙이 이렇게나 많아!”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