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양파의 비밀

동화

by 인산

동글동글한 양파는 언뜻 단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양파는 무르기 쉬워요. 양파의 껍질은 겉을 싸고 있는 얇은 막에 불과하죠. 얇은 막을 살짝 걷어 내면 양파의 하얀 속살이 금방 드러납니다. 마늘은 몇 겹이나 껍질로 둘러싸여 있고, 생강은 매운맛으로 자신을 지켜요. 무는 단단함으로, 당근은 붉은색으로 자신을 뽐냅니다.


양파는 이런 자기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겉을 감싼 껍질은 너무 얇고, 벗겨내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거든요. 사람들이 ‘양파 껍질 벗기기’라는 말을 쓰며, 속이 없는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하루는 파뿌리가 양파를 놀려댔어요.


“우린 흰 수염도 있고 매운맛도 있지. 이제부턴 나보고 형님이라고 해.”


양파는 “우리도 매운데!” 하고 소리쳤지만, 파뿌리의 놀림에 마음이 아팠어요.




양파와 파가 나란히 조리대에 올랐어요. 파는 흰 수염을 흩날리며 잘난 체했지만, 엄마의 손길에 멋있던 수염이 싹둑 잘려 나갔죠. 그때, 옆에 있던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저건 왜 잘라 내요?”

“우리가 먹는 건 수염이 아니란다.”


그 말을 들은 양파는 자기도 저렇게 잘려 나갈까 봐 잔뜩 겁에 질렸어요. 그런데 엄마가 말했어요.


“양파는 뿌리째 다 먹지. 사실 양파는 전체가 다 알맹이야. 그래서 껍질이랄 것도 없지. 그리고 얼마나 매운데, 양파를 썰 땐 눈물이 저절로 난단다. 저리 좀 떨어져 있자. 지금 양파를 썰 거니까.”


그 순간, 양파는 깨달았어요. 자신이 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요. 번지르르한 껍질은 없지만, 모든 것이 속으로 꽉 차 있었던 거예요. 양파는 자신이 참으로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나한테 손대면... 눈물을 흘리게 될걸?”


하얀 양파는 빙그레 웃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발견한 기쁨의 눈물이었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어머나, 이번 양파는 참 좋다. 즙이 이렇게나 많아!”


- 끝 -


unnamed (1).png


keyword
이전 21화나비가 된 야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