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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된 야옹이

동화

by 인산

막내 야옹이는 태어나 처음 본 세상이 마냥 신기하였습니다. 햇살은 따스하였고, 풀잎 위에 맺힌 이슬은 별처럼 반짝였습니다. 그 빛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고픔마저 잊을 것 같았습니다.


형들은 자라면서 쥐를 사냥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뽐내며 서로 목덜미를 물고 장난을 쳤습니다. 하지만 막내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어느 봄날, 막내는 마당의 느티나무 아래에서 처음으로 나비를 보았습니다. 호랑나비가 풀잎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햇빛에 반짝이는 날개를 파르르 떨었습니다. 막내는 숨을 멈추고 바라보았습니다. 가슴속에서는 무언가가 쿵쿵 뛰었습니다.


“저렇게 가벼운 날개로도 하늘을 날 수 있다니...”


그날부터 막내는 나비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하늘 날기를 꿈꾸었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말했습니다.


“막내야, 너도 형들과 함께 놀지 그러니?” “싫어요. 저는 나무를 보고 있을래요.”


엄마는 고개를 갸웃하였지만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막내가 바라보는 나무는 마당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티나무였습니다. 두 팔을 활짝 벌린 듯 가지가 늘어진 그 나무 위로 나비들이 무리 지어 날아올랐습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나비 날개는 무지갯빛으로 춤추었습니다. 막내는 온종일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얼굴 가득 받으며 속삭였습니다.


“저도 저 나무처럼 바람과 햇볕만 받고 살 수 없을까?”


엄마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는 고기를 먹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굶어 죽는단다.”


막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발밑의 작은 꽃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꽃잎 위에 앉은 개미와 풀잎 사이를 뛰노는 방아깨비를 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그들과 눈이 마주치면 괜스레 웃음이 났습니다.


그날 저녁, 형들이 자랑스럽게 사냥한 쥐를 물어왔습니다. 작은 쥐는 조그맣게 낑낑대며 몸을 떨었습니다.


“막내야, 네 몫이다. 한 입 먹어보렴!”


형들이 득의양양하게 말했습니다. 막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부리나케 달려가 쥐를 놓아주었습니다. 쥐는 놀란 눈으로 막내를 쳐다보더니 풀숲으로 허겁지겁 사라졌습니다. 형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허허, 녀석. 저래서 어떻게 고양이가 되려고?”


그날 밤, 엄마는 막내의 머리를 살포시 핥아 주었습니다.


“넌 정말 남다르구나. 하지만 먹지 않으면... 약해질 텐데...”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새벽마다 마당을 돌아다니며 막내가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려 했지만, 막내가 고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알기에 망설였습니다. 막내는 엄마의 따뜻한 혀를 느끼며 눈을 감았습니다.


“엄마, 저는 배고프지 않아요. 햇빛과 바람이 저를 채워줘요.”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막내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이제 엄마 젖도 나오지 않아 더는 젖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막내는 점점 야위어 갔습니다.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기운도 없었지만 매일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햇빛을 가득 받으면 배고픔을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풀잎 위를 기어가는 벌레들,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 그리고 나비들... 나비의 날갯짓을 볼 때마다 막내의 가슴도 팔랑거렸습니다.


어느 날, 나비들이 막내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흰나비, 노란 나비, 파란 무늬가 반짝이는 나비까지. 그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막내를 부르며 원을 그리듯 춤추었습니다.


“야옹아! 우리 함께 날자.”


그 소리는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같았습니다. 막내는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정말? 나도 너희처럼 날 수 있을까?”


나비들이 너울거리며 부드럽게 웃었습니다.


“네 마음은 이미 날개란다.”


막내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가슴속에서 따뜻한 빛이 퍼져 나왔습니다. 발끝이 땅에서 살짝 떨어지며 몸이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팔을 뻗자, 손끝에서 투명한 빛이 퍼져 나와 날개처럼 반짝였습니다.


“날아!”


나비들이 소리쳤습니다.


막내는 하늘을 향해 몸을 던졌습니다. 그 순간, 몸이 바람처럼 가벼워지며 나비 떼와 함께 창공으로 녹아들었습니다. 허공에서 팔다리를 허우적이는 순간, 그 발과 다리가 투명한 날개가 되어 팔랑거렸습니다. 막내는 나비가 되어 햇빛 속을 자유롭게 날았습니다.


막내가 보이지 않자 엄마 고양이는 크게 눈을 부릅떴습니다.


“막내야! 막내야!”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느티나무가 바람에 몸을 흔들며 낮게 웅웅거렸습니다.


“불러 보았자 소용없어. 나비랑 날아갔거든.”


“나비... 하고요?”

“그래. 이제 나비가 되었지.”


엄마 고양이는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눈물이 마른 땅을 적셨지만, 어느새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느티나무 위로 나비 한 마리가 반짝이며 날아올랐습니다. 엄마는 그 나비가 막내인 듯 느껴졌습니다.


“잘 가, 내 새끼. 네가 원하던 자유를 찾았구나.”


한 아이가 느티나무 아래에서 나비 떼와 춤추듯 사라진 고양이를 보았다고 소문을 냈습니다. 그 이야기는 마을에서 마을로 퍼져, 고양이를 부를 때마다 나비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정말, 막내는 나비가 되어 햇빛 속을 팔랑팔랑 날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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