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할머니는 식탁에 앉기를 싫어하셔요.
의자가 높아서일까요?
무릎이 아파서일까요?
엄마는 할머니 밥상을 따로 차려요.
홀로 방바닥에 앉아 식사하는 할머니.
“할머니! 이리로 오세요.”
밥을 먹다 말고 영수는 할머니를 불러요.
“신경 쓰지 말고 밥 묵어라.”
할머니가 오물오물 씹으며 말해요.
엄마 눈치를 보던 영수가 조심스레 밥을 들고 할머니 밥상으로 가요.
“근데, 할머니”
“왜?”
“왜 식탁을 싫어해요?”
“싫어해? 누가? 뭘?”
“왜 여기서 혼자 드세요?”
“밥알 튄다. 밥 먹을 때는 조용히 묵으라.”
달그락, 달그락 숟가락으로 밥그릇 긁는 소리
“아 맛있게 먹었다. 근데 할머니...”
“다 먹었으면 숭늉도 마셔야지.”
“식탁이 불편해요?”
“불편하긴, 전혀 안 불편하다.”
“...”
“그렇게도 궁금하냐?”
“예! 할머니 혼자 드시는 게 좀 그래요. 밥은 같이 먹어야 하잖아요.”
“허허 참나 우리 손주 다 컸구나. 식탁은 저렇게 항상 서 있잖아. 여기 밥상은 이렇게 앉아 있고. 밥상은 밥 다 먹으면 다리를 접는데... 저 식탁은 언제나 서 있기만 하니 얼마나 다리가 아프겠냐. 나라도 무게를 덜어줘야지. 어여 숭늉 마셔...”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