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밤
술꾼조차 사라져 버린 시간
갈 곳 없는 사람들
달리는 지하철에서 잠잘 곳 찾는다
어둠을 향하는 투명한 지네
얼마 만인가 이 비어있음이
가득 찬 소음 툴툴 털어 버리고
잡아줄 사람 없어 춤추는 손잡이
손때 묻히며 무수히 거쳐 간 사람들
지금쯤 편안히 잠자리에 들고 있겠지
기름 낀 머리 냄새나는 잠바
넓은 좌석에 웅크린 맨발의 사나이
뒤척이다 손잡이 바라보면
처마에 매달린 메주든가
껍질 벗긴 감들이든가
바닷가 햇볕 받는 오징어든가
식구들 친구들 모여 살던 시절
웅웅거리며 메마른 입가에 맴돌고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리는 마지막 시간
흔들리는 손잡이에 매달려 도란거리는 추억들
들판에 흩날리는 꽃가루 되어
깨어날 수 없을 무거운 잠 속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