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창고에서 페인트를 한꺼번에 쏟다
요란하게 춤추는 깡통들 소리
이를 어쩌지, 혼날 텐데!
쭈그리고 앉아 얌전히 흐르는 페인트 툭툭 건드려 본다
햇살 속에 피어난 자욱한 먼지 페인트에 내려앉는다
멍멍이 달려와 흰 페인트 밟으면
하얀 코스모스 가을바람에 산들거리고,
커다란 코끼리 노란 페인트를 천천히 지나가면
뜨거운 지평선 너머 해바라기 끝없이 펼쳐 치고,
생쥐 떼 뛰어놀면
정겨운 채송화 무리 지어 피어나고,
염소, 고양이, 너구리, 까치...
장미, 민들레, 카네이션, 국화...
동물들 한꺼번에 밀려오면 아름다운 정원 쑥쑥 솟아나고
페인트 냄새 꽃향기 되고
밤색 페인트는 달콤한 초콜릿 향
손으로 찍어 혀에 대면
비릿함 소리도 없이 입 안에 쫙 ~ 악 퍼지고
마침 창고 어둑해지면 꽃들 훌쩍 사라지고
동물들도 온데간데없고
손과 얼굴과 머리에 페인트가 잔뜩 묻었을 뿐
보디 페인팅이 따로 있나
몸이 근질근질한 것이 꽃이 피려나
온몸이 정원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