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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옥수수 사건

by 갱쥬 Mar 07. 2025

4살 초여름 무렵이었나. 날씨는 쨍쨍하고 바람은 창문을 통해 살랑이던 어느 날. 엄마와 방바닥에 엎드려 한글 학습지를 풀고 있었다. 펼쳐진 면에는 옥수수 그림과 함께 한글로 옥수수가 크게 써져 있었고 글씨를 채울 네모 세 칸이 비어있었다. 엄마는 볼펜으로 옥을 가리켜 읽어보라고 하셨다. “옥” 내가 대답했다. 그럼 다음 글자는 뭐냐고 물으셨다. “수” 또 대답했다. 그럼 그다음은? “.......” 다음은? “.......” 그럼 처음 글자는 뭐야? “옥” 그다음은? “수” 이거랑 똑같이 생겼네. 그럼 다음은 뭐야? “.......” 


어린 나이였지만 저 때가 기억이 난다. 아무리 봐도 뭔지 모르겠는 거다. “옥수”는 알겠는데 그다음은 모르겠다. 엄마의 표정이 험악해지고 목소리가 올라감에 따라 진땀을 뺐다. 그 후로도 몇 번의 시도 덕분에 “수”를 억지로 머리에 주입당했지만 진정으로 “옥수” 다음에 “수”가 온다는 것을 알지는 못했다. 이 일이 있고 엄마는 내 공부에서 손을 떼셨다. 머리는 나빴지만 다행히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았던 나는 이후 알아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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