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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너는 누구니?

by 갱쥬 Mar 15. 2025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나. 

필자는 여자가 맞습니다.


관종끼가 있어서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건 잘하면서 전화로 배달 주문을 하거나 시식코너 가서 음식 먹는 종류의 행동은 어려워했다. 애가 당돌한데 어느 부분에선 맹한 게 걱정이 됐던 엄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치킨을 주문할 때 꼭! 내가 전화를 걸게 했다. 아니면 안 시켜준다고 하면서. 그러면 언니는 옆에서 빙글빙글 놀리면서 쳐다보고 신경질은 나지만 치킨이 꼭 먹고 싶은 나는 염소 소리를 내며 전화를 하곤 했다. 지금이야 콜포비아라는 말도 있고 배달로 앱으로 주문하면 되니 세상 좋아졌지만 나 때는 전화주문이 필수였다. (그래서 지금은 그 공포증이 사라졌느냐? 글쎄. 엄마의 특훈 덕분은 아니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전화할 일이 필수라 살려고 하다 보니 없어졌다.) 


엄마의 특훈은 배달 주문에서 그치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체험학습 숙제를 위해 낙안읍성에 갔다. 출근하신 아빠를 제외한 우리 가족과 사촌네 가족이 함께였다. 초가집을 구경하고 소 앞에서 사진도 찍고 즐겁게 구경하던 중 떡 시식코너를 발견했다. 인절미를 든 아저씨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몰려 있었는데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는 시식 떡을 가져오라는 미션을 내렸다. 하기 싫어서 한사코 대답 안 하면서 걸었는데 결국 끈질긴 엄마에게 져서 떡을 들고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이 3-4겹 아저씨를 둘러싸고 있어서 인파를 뚫고 들어가기 어려웠다. 그래도 이 미션을 빨리 끝내고자 떡만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떡이 내 손에 들어오기 직전의 순간, 떡을 들고 있던 아저씨가 날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넌 누구니?"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아저씨는 (아마도) 아이들을 통솔하는 선생님인 것 같았고 그 주변의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아는, 그러니까 시식코너는 절대 아니고 선생님을 향해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학생들이었다.

너무 창피해서 그 길로 돌아 다시 인파를 뚫고 나가려 했다. 친절한 선생님은 잠깐 기다려 보라며 내 손에 떡을 쥐어주셨다. 떡을 향해 이글대면서 다가와놓고 안 받는다고 하는 것도 웃겨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손에 떡을 쥐고 가족에게 돌아왔다. 내 말을 들은 언니는 웃기다고 뒤집어졌고 엄마는 떡을 맛있게 드시면서 미안해하셨다. 나한테 미안하다며 네가 들고 왔으니 한 입만 먹어보라고 엄마가 계속 나를 쫓아왔지만 망할 놈의 떡 쳐다도 보기 싫어서 끝내 안 먹었다. 

 

지금도 가끔씩 언니가 넌 누구니 아저씨를 따라 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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